짧은 가을…불황 가을옷 안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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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가을 옷이 안 팔린다.

경기침체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입을 수 있는 기간이 짧은 가을 옷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가을이 짧고 겨울이 길 것이라는 기상관측도 판매 부진의 이유다.

지난 8월 말 출시됐던 초가을용 제품들은 찾는 사람이 적어 재고로 많이 남아 있는 형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가을 상품의 매출은 전년에 비해 10% 정도 줄어들었으며 현대백화점의 경우도 5%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8월 말께 가을 옷을 내놓았지만 전혀 수요가 없다가 날씨가 눈에 띄게 쌀쌀해진 요즘에서야 조금씩 사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을 때 조금씩 사는 식의 구매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숙녀정장팀 박호성 팀장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가을 옷과 겨울 옷이 하나로 합쳐지는 경향을 나타낸다"며 "올해 들어 가을 옷을 사느니 겨울 옷을 더 구매하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류 업체들은 일치감치 겨울 옷 판매에 나서고 있다.

여성복 '베스띠벨리''씨' 등을 생산하는 신원은 평소보다 2주일 앞서 겨울 옷을 시장에 내놓았다. 대신 가을 옷 생산은 전년에 비해 25%가량 줄였다. 10월 중반에나 내놓던 겨울용 가죽재킷이나 털 스웨터, 모피 제품들도 9월 말 매장에 등장했다.

홈쇼핑업계에서는 이달 초부터 겨울 옷 판매를 시작했다. CJ홈쇼핑은 현재 가을 옷과 함께 겨울용 밍크코트와 가죽코트 등을 동시에 판매 중이다. 이 회사의 경우 가을 옷의 매출은 저조한 반면 겨울 옷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상승했다.

다음달 1일부터 대규모 가을 정기세일을 준비하고 있는 각 백화점들은 겨울 상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이번 세일 기간 중 판매되는 저가 기획행사 가운데 50% 이상을 겨울 상품으로 계획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세일 초반에는 가을 상품만 팔고 후반부에 들어 겨울 옷을 내놓았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 세일에선 세일 초반부터 겨울용 코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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