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총재, 「안기부진술」내용 설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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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2일 기자들에게 안기부요원들과 만나 문 목사 방북에 관련해 자신이 진술했던 내용을 설명.
김 총재는 먼저 자신이 3월16일과 19일 두 차례 문 목사를 만났다고 한 것은 착오였다며 3월12일과 19일이었다고 정정한 뒤 『문 목사가 당시 다짜고짜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해서 꼭 가겠다면 반드시 정부와 협의해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당신이 통일을 위해 간다지만 통일의 논의조차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고 주위의 동지들이 어려움을 당하게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총재가 밝힌 3월12일 회동의 요지.
▲문 목사=북한을 방문해야겠다.
▲김 총재=꼭 가겠다면 반드시 정부와 얘기하고 가라. 당신이 통일을 위해서 간다고 하지만 잘못되면 통일논의조차 어렵게 만들고 주위의 동지들이 어려움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
▲문 목사=정부와 상의해도 안 보내줄게 아닌가.
▲김 총재=그래도 정부와 협의하라.
▲문 목사=그렇게 하겠다. 일본에 가서 주일한국대사관에 얘기하겠다.
▲김 총재=방법에 대해서는 내가 얘기하지 않겠지만 반드시 얘기는 해야 한다. 정부가 승낙을 안 해주면 가지 말아야한다.
▲문 목사=이북에 가서 김일성을 만나면 두 가지 얘기를 해야겠다. 하나는 유엔에 남북이 단일회원으로 가입하는 문제고, 또 하나는 팀스피리트를 이유로 북한이 대화를 중단하니 군사회담과 아울러 일반교류도 병행하자고 제의하겠다.
▲김 총재=유엔가입 문제는 당총재특보인 최운상씨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남북교류문제는 그렇게 얘기해라.
다만 정부의 승낙을 얻어 북한에 가게되면 김일성에게 남쪽의 상황을 오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라.
목사가 그런 말을 해주면 도움이 될 거다.
김 총재는 문 목사와의 얘기를 마치면서 미리 준비해간「촌성」이라고 쓴 3백만 원이든 봉투를 건네주었다고 했다.
김 총재는 『문 목사가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고 어머니는 우리 당 최고령 당원이므로 생활비 조로 2백∼3백만원을 부정기적으로 주어 왔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만일 여비로 주었다면 봉투에 「축장도」라고 썼지 왜 「촌성」이라고 썼겠느냐』며 『설사 여비로 썼다 할지라도 나는 정부의 승낙을 받으라고 했다」고 강조.
김 총재는 당시 자신이 알기로는 이날 회동을 마치고 『문 목사와 문 부총재가 함께 차를 타고 가며 문 목사가 일본에 가서 우리대사관에 알려주고 난 뒤 문 부총재에게 연락을 해주면 문 부총재가 통일원과 협의하기로 형제간에 약속이 됐으나 문 목사의 연락이 없었다』 고 소개했다.
김 총재는 목사 방북 하루전인 3월19일 동교동자택에서 문 목사를 만났을 때는 주로 중평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평연기주장을 철회하라는 문 목사의 요구에 김 총재가 연기방침을 알면서 속이는 것도 미안해 『내일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다는데 연기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김 총재가 했고 이에 문 목사는 『연기? 연기하면 좋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총재는 25일 보도를 통해 문 목사가 평양에 갔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전혀 문 목사가 평양에 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1주일 전에 참고인조사에 응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으며 지난 토요일 김 총무가 안기부 측의 얘기라면서 다시 참고인조사요구를 전해와 이에 응하는 것이 좋겠다는 김 총무의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경위를 설명.
김 총재는 이어 『문 목사는 정부나 정당대표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개인자격으로 김일성을 만나고 온 것』이라며 『정부가 이렇게까지 대한민국이 공산당에 송두리째 넘어간 것처럼 일을 벌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고 논평. <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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