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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철주금, 협상 나서지 않으면 조만간 매각명령도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옆에서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 등이 강제징용노동자상 모형을 평화의 소녀상 옆으로 옮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옆에서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 등이 강제징용노동자상 모형을 평화의 소녀상 옆으로 옮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법원에 국내 재산 매각 명령을 신청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 대리인 측은 "데드라인을 확실히 정하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국내 보유 자산 매각명령을 신청할 수밖에 업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 '협상 압박' 최후통첩 #'피고' 일본기업의 '국내 재산 찾기'도 시동

신일철주금의 국내 재산은 '포스코-니폰스틸 RHF 합작 법인'(PNR) 주식 약 234만주(약 110억원)다. 현재까지는 피해자 측의 요구로 법원이 신일철주금 보유 주식에 대해 압류명령만 내린 상태지만, 추가로 피해자 측이 법원에 매각명령을 신청하면 신일철주금의 주식을 팔 수 있게 된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 대리인인 최봉태 변호사는 9일 "개별적인 소송으로 배상금을 받는 게 아니라, 제소하지 않았던 징용피해자를 포함해 전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화해를 원해 매각명령까지는 신청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만큼 특정 시일을 정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매각명령도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3.1절이 데드라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피해자 측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손해배상 책임이 확정된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서도 "오는 3월 1일까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국내 특허·상표권에 대한 압류명령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피해자 측은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 이외에도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피고 기업들의 국내 자산 찾기에 나설 수 있다. 법원에 압류명령을 신청하려면 압류 대상을 피해자 측에서 특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강제징용피해자 측 대리인은 "대법원에서 배상 인정 판결이 난 만큼 다른 기업들에 대한 소송도 유사한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가압류 신청까지 고려하고 있진 않지만 손해배상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송기호 변호사는 "압류·매각 대상을 피해자 측에서 다 찾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 될 수 있다"며 "판결이 확정된다면 법원에 의뢰해 해당 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강제징용피해자 측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약 15개의 소송이 진행 중이며, 피고 일본 기업은 70여개에 달한다.

매각명령이 결정되더라도 신일철주금의 보유 주식 현금화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신일철주금이 법원 결정에 반발하며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도 있다. 매각명령이 집행된다 하더라도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만 배상금을 받게 돼 제소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피해자 측은 최대한 협상을 압박해 이끌어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변호사는 "한·일 관계가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로 엄혹하지만 8일 일본 법원도 강제징용으로 나가사키 원폭 피해를 본 한국인 3명에 대해 '원폭 수첩(원폭 피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증서)'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양국 법원이 일제 강제징용에 대해 화해의 결정을 내리고 있는 만큼 해당 기업과 정부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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