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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춘풍추상…실장도 비서라는 사실 잊지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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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느 정부나 실세 그룹이 있게 마련이다. 대개 대통령과의 거리나 인연의 깊이로 가늠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민정수석, 전해철 의원 등 이른바 ‘3철’이 대표적인 실세 그룹으로 꼽혀 왔다.

노, 문 대통령과 전우애 쌓은 측근 #강기정 “정책에 민심 옷 입힐 것” #윤도한 “국민과 소통 충실히 수행” #홍영표·전해철 등 민주당내 친문 #노영민과 내밀한 당·청 관계 예상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19대 국회 때 원내에서 문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이른바 원조 5인방이 있었다. 노영민·홍영표·전해철·박남춘·우윤근 의원(당시)이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패배 후 곤란을 겪던 시기 곁에 있던 몇 안 되는 원내 우군이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로 상징되던 민주당 내 ‘비문’이 당권을 쥐고 있던 시절, 문 대통령과 이들 5인방 사이엔 전우애가 생겼다고 한다.

청와대가 8일 수석비서관급 이상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 신임 정무수석으로 임명된 강기정 전 의원과 국민소통수석으로 임명된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앞줄 왼쪽부터) 등 2기 참모진이 서 있다. 뒷줄 왼쪽부터 조국 민정·김연명 사회·정태호 일자리 수석,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강정현 기자]

청와대가 8일 수석비서관급 이상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 신임 정무수석으로 임명된 강기정 전 의원과 국민소통수석으로 임명된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앞줄 왼쪽부터) 등 2기 참모진이 서 있다. 뒷줄 왼쪽부터 조국 민정·김연명 사회·정태호 일자리 수석,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강정현 기자]

5인방 중 한 명인 노영민 주중대사가 문재인 정부의 2대 청와대 비서실장이 되면서 당·청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여당 내 친문 그룹과의 관계가 엷었던 임종석 전 실장에 비해 노 실장은 이들과 훨씬 내밀한 대화가 가능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개편으로 문 정부의 당·청 관계에 제2의 변곡점이 왔다는 의견이 다수다. 한때 정부 출범 후 문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 지지율로 당이 청와대에 끌려간 적도 있지만, 이제는 당·청이 대등한 위치에서 국정을 이끌어 갈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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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인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힘이 더 실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해 5월 취임한 홍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천 부평을)가 관계된 한국GM 문제를 풀어 가면서 광주형 일자리 도입을 적극 주장하는 등 목소리가 컸지만 지난해 8월 이해찬 대표 취임 이후 존재감이 엷어졌다. 이 대표가 총리를 지낼 때 홍 원내대표는 그 밑에서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일했다.

원조 친문이지만 현재 당 주류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전해철 의원의 역할도 주목된다. 지난해 경기지사 경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거리가 생겼다. 향후 정책, 정무 쪽 역할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친문 핵심 의원은 “노 실장은 3선 의원을 지내며 야당과의 관계도 굉장히 원만하다. 전방위적으로 소통하면서 당·청 관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친문으로 부산시당 위원장을 맡은 전재수 의원도 “노 실장은 피아(彼我) 구분 없이 스킨십에 능해 아울러 정책·정무 이슈를 끌어갈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떠나는 임종석, 후임 발표=이날 청와대 참모진 인사 발표는 청와대를 떠나는 임종석 전 실장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그리고 부임하는 노영민 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임 전 실장이 했다. 청와대 1기가 2기로 넘어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0개월 대통령의 초심은 흔들린 적이 없었다”며 “안팎에서 더 큰 시련, 도전이 예상되는 올해 대통령께서 힘을 내 국민과 함께 헤쳐가실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임 전 실장과 노 실장은 단상 위에서 악수를 나누고 포옹했다.

노 실장은 “춘풍추상(春風秋霜·남을 대할 때에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때에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이라는 글이 (청와대에)다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며 “실장이 됐든, 수석이 됐든 비서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3년여 (국회)밖에 있으면서 정책이 날것으로 다니며 국민과 충돌하고, 국민이 이해를 못 하는 것을 봤다. 정책에 민심의 옷을 입히는 것이 정무수석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은 “국민과 소통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권호·위문희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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