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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아닌 코스메틱 사장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피부 트러블’ 전문 화장품 ‘K143’ 출시 …호계동 갈비집도 성공

데뷔 33년을 훌쩍 넘긴 중견 가수 김수희(54)씨. 사람들은 그를 트로트계의 국민가수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1993년에 그가 부른 ‘애모’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를 꺾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었기 때문이다. 거칠 것이 없어 보이던 서태지 열풍을 순식간에 잠재워버렸던 것이다.
또 발표된 지 20년이 지난 그의 ‘남행열차’는 아직까지도 경기장 응원가로, 노래방 애창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 곡은 모바일 서비스, 휴대전화 벨소리 1호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거장’ ‘너무합니다’ ‘멍에’ 등 발표하는 앨범마다 히트곡 행진도 멈추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6년 만에 새 음반이 아닌 화장품을 들고 대중들에게 불쑥 나타났다. 그가 가수가 아닌 화장품 CEO라는 걸 아는 이는 생각보다 드물다.

안양 ‘호계동 갈비’는 손꼽히는 맛집

제품명은 ‘김수희의 K143(이하 K143)’. 여드름 치료와 피부재생 효과를 극대화한 기능성 화장품이란 설명이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그 이유를 들어보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잡티 없는 깨끗한 피부를 원하잖아요. 하지만 누구나 좋은 피부를 갖고 태어나는 건 아니지요. 지금은 환경적 요인으로 말미암아 과거에 좋았던 피부도 도리어 나빠지는 상황 아닙니까. 병원에 가기 전에 화장품만 사용해서도 피부가 좋아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K143’은 그런 소망을 담고서 개발한 화장품입니다.”

사실 그의 화장품 사업 진출은 현재의 음반시장 상황에 무관치 않다. 김수희 사장은 91년에 ‘희 레코드/필름’을 세워 음반은 물론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하지만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국내 음반업계가 ‘초토화’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그동안 쌓아온 부와 명예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도 지켜봐야 했었다.

그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거주하는 안양에서 고깃집을 열었다. 범계역에서 가까운 호계 신사거리 근방에 있는 ‘김수희의 호계동 갈비’는 안양에서도 손꼽히는 맛집에 들어갈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외국 관광객들의 방문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는 고깃집 성공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줄 생각으로 화장품 사업을 준비했다. 수많은 화장품 중에 K143을 택한 것은 스스로 사용해 보고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제 피부가 원래 민감성 피부예요. 아무 화장품이나 쓰지 못했죠. 미국에서 우연히 기능성 화장품을 접했는데 피부 트러블이 눈에 띄게 줄더라고요.”

피부에 조금씩 문제가 있었던 식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사용을 권했었다. 몸에 열이 많은 남편, 여드름이 심각한 아들, 아토피 피부의 딸 등이 제품을 꾸준히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자 식구들도 피부 상태가 상당히 호전됐다. 식구들의 상태를 지켜본 뒤 제품을 한국으로 들여와보자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게 되었다.

“K143 개발자인 미국의 스펜서 박사와는 제가 원래 친분이 좀 있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우리 한국인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 개발을 위해 연구소가 있는 미국을 수차례 드나들었지요.” 제품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제품이 완성되자 그는 ‘드림 로터스 코스메틱(Dream Lotus Cosmetic)’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처음 출시한 ‘닥터 스킨(Dr. Skin) K143’은 한국인의 피부에 맞게 한방 성분까지 적절히 가미한 화장품이다. 그는 제품이 완성됐다고 해서 곧바로 시장에 내놓지는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제품 테스트 대상으로는 연예인을 선택했다. 화면에 자주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연예인들은 피부 관리가 보통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런 연예인들에게 효과 좋은 ‘피부 트러블’ 전문 화장품은 매력적이었다. 예상대로 너도나도 제품을 사용해보겠다고 나섰다.

그는 “제품 테스트를 앞두고 연예인들을 만나 보니 두꺼운 메이크업으로 피부가 손상된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며 “그들 대부분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거나 약을 복용하고 수술을 받거나 하는 상황이라서 이 화장품 사용에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테스트 기간으로 3년을 보냈다. 그동안의 의견을 종합해 ‘닥터 스킨 K143’은 업그레이드를 시켰다. 이번에는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는 주기에 맞춰 제품을 두 개로 나눴다. 여드름 전문 제품과 재생 전문 제품이 그것이다. 브랜드도 ‘김수희의 K143’으로 새로 바꿨다.

그렇다면 K143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이 러브 유(I love you,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의 글자 수를 의미한다. 여기서 아이(I)는 나(화장품 사용자)를 가리키며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통칭한다는 설명. 유(you, 당신)는 피부를 뜻한다. 즉 자신의 피부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사용자라고 생각해 만든 브랜드다.

제품 개발과 브랜드 네이밍 그리고 검증까지 모든 과정에 김수희 사장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적극성도 보였다.

실제로 김 사장은 지인들에게 직접 피부 마사지를 해주기도 한다. 인터뷰 역시 그가 직접 운영하는 피부관리숍에서 진행됐는데 이곳에 보통 큰 정성을 들인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200여 평의 공간에 5개로 구분된 독립실은 테마에 따라 각기 다른 인테리어로 꾸몄다. 이곳에서 화장품 구입을 비롯해 피부 관리, 보디슬리밍까지 체험할 수 있다. 말하자면 토털 관리숍이다. 초음파, 보디슬리밍 등 기계 구입비용만 해도 1억원이 넘게 들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직은 동료 연예인들의 방문만 꾸준하다.

“장윤정·심수봉·한혜진 등 많은 동료·후배 가수들이 제품을 사용했어요. 대부분 만족감을 나타냈고요. 요즘 떠오르는 트로트계 신인가수 뚜띠 아시죠? 그 친구들 반응이 가장 좋아요. 7개월째 사용 중인데 피부가 많이 좋아졌다며 저만 보면 고맙다고 인사해요(웃음).”

김 사장의 사무실은 이 피부관리숍 빌딩 5층에 있다. 빌딩 2, 3층이 유명한 ‘호계동 갈비’다. 4층이 피부관리숍인데, K143 런칭에 맞춰 5월에 문을 열었다.

K143은 7종의 기초 제품으로 구성되며 가격은 60만원 선. 여드름 전문 제품은 30만원 선이다. 홈쇼핑 진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갑작스러운 충격 요법으로 제품을 알리기보다 입소문을 통해 ‘정말 좋은 제품’으로 서서히 알려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입소문 마케팅이야말로 매니어 고객을 확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특이하게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매출 제고를 겨냥하고 있다. 6월부터 G마켓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올 가을에 11번째 앨범을 발표한다. 지금까지는 후배들이 그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왔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그가 후배 가수들의 곡을 리메이크했다. 윤도현, 김종서, SG워너비의 노래를 국악 반주에 맞춰서 불렀다. “가을에는 새로운 앨범과 K143으로 여러분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겠습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 지켜봐 주세요."

김미영 창업 전문 작가 (may4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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