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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과 평화의 자리 찾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해마다 거듭되는 위기의 5월에 사랑과 평화를 다짐하는 가정의 달이 들어 있음은 매우 대조적이다. 찬란한 5월의 태양 아래 분열과 갈등의 음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듯 지난 두 해 동안 우리 사회는 노사분규와 학생시위의 어지러운 사회 국면 속에서 부모와 자녀의 사랑을 확인하고 부부의 화합을 다짐하는 가정의 달을 맞고 있다.
가정은 사회라는 거대 집단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사회 단위다. 가정이 화목과 사랑으로 가득할 현대사회가 폭력과 갈등으로 가득 찰 수 없다. 사회가 화합과 사랑으로 넘쳐날 때 가정이 분열과 위기의 조짐을 보일 수는 없다.
1년 3백65일이 모두 가정의 날이어야 할텐데, 우리가 유독 5월 한 달을 가정의 달로 마련해놓고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 날을 모두 이 달에 모아놓은 이유를 이젠 새롭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5월이 그만큼 분열과 갈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 우리의 가족 미덕인 화합과 사랑의 정신으로 돌아가 이를 해소해 보자는 데 의미를 찾자는 것이다. 물론 사회의 위기가 고조하는 만큼 우리의 가정이 맞고 있는 위기의 국면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4학년 짜리 국민학생이 1백원 짜리 동전을 내주지 않는 하급 학년 학생을 때려 숨지게 하고 이를 암매장까지 해버린 끔찍한 학교폭력, 귀가하는 여고생을 납치해 사창가에 팔아 넘기는 조직적 인신매매단이 아직도 백주대로를 활보하고 있다. 그뿐인가. 언제 어디서 덮쳐올지 모르는 교통사고·강도·절도…등 가정 외부에서 들이닥칠 위험으로부터 내 가정, 내 가족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모두가 가슴 죄며 오늘도 무사히를 기도하며 살아간다.
이처럼 사회적 불안이 높으면 높을수록 가정은 사회로부터 차단되며 이웃과의 문을 닫고 사회로의 참여를 거부하게 된다. 가정이 내 가족·내 자식만을 위하는 폐쇄적 이기주의로 흐를 때 사회의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위기감에 가득 찬 사회는 가정을 더욱 위협하게 된다.
모든 삶의 총체이면서 그것의 시발인 가정은 사회와 단절되고 사회와의 유기적 관계를 끊으면서 가정과 사회는 더욱 불안과 위기를 내연화 시킨다.
가정을 사회로부터 단절시키는 내 가정, 내 자신만을 위한 가족 이기주의의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 불안한 사회로부터 가정으로 도피하는 폐쇄적 가족주의에서 벗어나 부부간의 화합과 자녀간의 사랑, 사제간의 존경과 애정을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이웃과 마을로 확산시키면서 건전하고 공고한 가족 공동체를 일궈나가는 능동적 사회 참여정신으로 바꾸어 가기 위하여 우리는 가정의 달이 주는 의미와 그것의 실천방식을 새롭게 인식해야만 한다.
서울랜드를 가득 메운 인파와 차량의 홍수, 호텔 뷔페식당이 가족으로 만원을 이루는 것만이 가정의 달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플래스틱 카네이션 한 송이로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때우는 그런 것이 가정의 달 행사여서는 안 된다.
내 가정, 내 가족만을 위해 사회로부터 멀어져 가는 가족 이기주의의 탈을 벗어 던지고, 불안한 사회로부터 내 가정을 보호하겠다는 가족 폐쇄주의에서 떨쳐 사랑과 화합의 정신으로 일궈진 가정을 이웃으로, 사회로 확산해 나가는 능동적 가족공동체 정신으로 발전해야 한다.
내 가정만을 위한 이기주의·폐쇄주의·출세주의가 가정을 병들게 하고 병든 가정이 사회를 병들게 하며 병든 사회가 가정을 또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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