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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수소차 기술은 현대차가 세계 최고”

중앙일보

입력

[인터뷰]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2019 CES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라스베이거스 = 문희철 기자.

2019 CES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라스베이거스 = 문희철 기자.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알버트 비어만(62)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그룹 연구개발(R&D) 총괄 책임자 자리에 외국인을 선임한 건 현대차그룹 역사상 처음이다.

7일(현지시간) 2019 국제 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이 본부장 취임 이후 처음 기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 전면에서 그룹 R&D를 지휘하는 그는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해 현실주의적 관점을 드러냈다. 특히 “우리가 아니면 세계에서 누가 고성능 수소차를 내놓을 수 있겠는가”라며 수소차 부문의 R&D 경쟁력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BMW에서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했던 그는 고성능차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 유독 유쾌한 표정으로 답변했다.

2019 CES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라스베이거스 = 문희철 기자.

2019 CES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라스베이거스 = 문희철 기자.

현대차그룹이 사상 최초로 외국인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선임했다. 무엇을 기대하는 인사라고 생각하나.

“(현대차그룹은 이미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저를 본부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잘 연구할 수 있는 구조를 수립하고 절차를 만들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바꾸겠다.”  

'한-인도 비즈니스서밋'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모디 인도총리와 수소전기차(넥쏘)에 함께 탑승했다. [사진 주한인도대사관 트위터]

'한-인도 비즈니스서밋'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모디 인도총리와 수소전기차(넥쏘)에 함께 탑승했다. [사진 주한인도대사관 트위터]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보다 현대차가 다소 뒤처졌다는 인식이 있다.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현대차는 자율주행차량(넥쏘 수소전기차)을 시연했다. 명확한 로드맵을 기반으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자율주행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파트너와 협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자체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른바 ‘현대 방식(hyundai way)’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선두권인 구글 웨이모,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모터스(GM) 등과 기술격차는 어느 정도나 되나. 어떤 R&D를 보완해야 하는 상황인가.

“개인적으로는 기술격차가 몇 년인지는 큰 의미가 없는 논쟁이다. 일부 기업은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시험용 차량 몇 대만 만들어두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큰 의미 없는 일이다. 실질적으로 고객이 차량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가장 앞선다’는 선전·선동식 논쟁에서 벗어나 고객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

2019 CES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라스베이거스 = 문희철 기자.

2019 CES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라스베이거스 = 문희철 기자.

내연기관차가 사라지고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는 시기는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내연기관 차량의 종말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도입할지는 국가·고객마다 천차만별이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시기는 매우 멀었다. 실제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각종 친환경차가 이미 상용화했지만 그렇다고 내연기관 차량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한국인 특유의 경쟁심리가 기술 끌어올려”

BMW에서 2015년에 합류했는데, 양사 R&D 엔지니어의 장단점은.
2019 CES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라스베이거스 = 문희철 기자.

2019 CES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라스베이거스 = 문희철 기자.

“독일에 비해서 현대차 엔지니어는 능력 있고 야심도 있다. 끊임없이 무엇인가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현대차의 큰 장점이다. 독일 엔지니어보다 경쟁심이 강하고 타인보다 잘하려는 욕구도 강하다. 덕분에 소비자가 만족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다만 가끔 과도한 경쟁심이 협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고성능차를 개발하면서 일부 팀이 과도하게 경쟁하면서 협업을 방해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를 조율하기만 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연구개발본부장으로서 한국 특유의 경쟁심을 유지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방향을 찾겠다.”

제네시스 브랜드. [중앙포토]

제네시스 브랜드. [중앙포토]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여전히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기대만큼 많이 팔리지 않는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단순히 판매량 확대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정착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딜러들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현재 잘 해결된 상황이다. 제네시스는 성능 측면에서도 이미 제대로 정립되어 있다. 향후 보다 고성능차를 출시하는 방향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몇 가지 제네시스 브랜드 차종을 개발 중인데 이를 통해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수준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벨로스터N사진

벨로스터N사진

고성능차(N브랜드)가 현대차에게 무슨 의미인가. 올해 어떤 고성능차를 준비하고 있나.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서 N브랜드를 론칭했다. 최근 미디어 평가를 보면 N브랜드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다. 지금까지 N브랜드의 성과에 만족한다. 올해 N브랜드 출시 계획은 아직 밝힐 수 없다. 조만간 열린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깜짝 공개할 예정이다.”

자율차량 수소차 넥쏘에 탑승한 문재인 대통령과 이진우 현대자동차 자율차개발팀장. [사진 청와대]

자율차량 수소차 넥쏘에 탑승한 문재인 대통령과 이진우 현대자동차 자율차개발팀장. [사진 청와대]

친환경 고성능차 개발은 얼마나 진척했나.

“현대차가 친환경 고성능차의 개발 콘셉트를 소개한 적은 있지만, 아직 언제 어떤 국가에서 어떠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해서 친환경차를 개발할지 결정되지는 않았다. 현재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차를 시험하는 단계다. 다만 친환경차도 현대차가 추구하는 운전의 재미(fun to drive)를 제공할 수 있다. 언젠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기반으로 고성능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고성능 수소차 등장은 시간 문제다. 현대차가 아니라면 누가 고성능 수소차를 만들겠는가. 수소차에서 만큼은 우리가 가장 앞서 있다. 누군가 수소차 기반 고성능차를 출시한다면 현대차가 최초일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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