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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센터장 5명 “한국 증시, 미ㆍ중 그리고 반도체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불안감이 국내 증시를 지배하고 있다. 새해 거래를 시작한 지 이틀만인 지난 3일 코스피 지수 2000선이 무너져내렸다. 이튿날 2000선의 재탈환에 성공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를 공방전이 이어질 태세다. 안갯속에 잠겨있는 국내 증시 향방을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물었다.

[국내 증권회사 리서치센터장 5인 긴급 설문]

지난 4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날 무너졌던 2000선을 이날 다시 회복했지만 증시를 둘러싼 불안감은 여전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날 무너졌던 2000선을 이날 다시 회복했지만 증시를 둘러싼 불안감은 여전히다. [연합뉴스]

5명의 센터장은 국내 주식시장 향방을 가를 변수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세계 금융시장의 ‘키’를 쥔 미국과 중국 경기의 동반 하강, 국내 증시를 지탱해온 반도체 산업의 위기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세계 경기에 대한 우려가 함께 일고 있다”며 “더불어 애플ㆍ테슬라 등 개별 기업의 실적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3일 코스피 지수를 2000 아래로 밀어 넣은 요인 중 하나가 애플의 '어닝(실적)쇼크’다.

애플만 위태로운 것이 아니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수출 부진과 실적 악화는 국내 증시는 물론 경제 전반에 대한 전망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를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며 “올해 국내 상장사 이익 증가율은 감소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애플 사례가 보여주듯 미국 기업의 이익 전망 하향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셧다운(의회 예산 합의 불발에 따른 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 우려가 이어지는 것도 미국과 한국 증시의 불안 요인”이라고 짚었다.

3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애플의 주가가 전일보다 9.96% 급락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애플이 매출 전망을 하향했기 때문이다.[뉴스1]

3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애플의 주가가 전일보다 9.96% 급락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애플이 매출 전망을 하향했기 때문이다.[뉴스1]

코스피 지수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데는 센터장 모두 동의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상황을 ‘익숙한 두려움’이란 말로 요약했다. “예상해왔던 중국 경제지표의 둔화와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가 주식 가격(지수)에 추가로 반영되는 시기”라고 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다만 1900선 붕괴를 예측한 센터장은 아직 없었다. 코스피 지수 하단을 1900에서 1950선 사이로 예상했다. 대신 국내 중시의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보니 지수 저점 전망을 미룬 증권사(미래에셋대우ㆍ한국투자증권)는 있다.

반등의 열쇠는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코스피 시장은 약보합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미ㆍ중 무역 분쟁 등으로 경제지표 둔화가 예상되는 데다 기업 실적 개선 동력(모멘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딜라이트 전시장.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딜라이트 전시장. [연합뉴스]

윤 센터장은 “경기 부진이 지속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존 금리 인상 계획을 수정해 완화적인 정책을 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의 예상은 이미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경기 상황의 전개에 따라 Fed가 인내심을 보일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동안 가파르게 금리를 올렸던 Fed의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이날 다우 지수와 나스닥,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등 미 주요 주가지수는 3~4% 치솟았다.

물론 증시의 ‘극적’ 회복을 전망하기에는 이르다. 여전히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센터장들의 진단이다.

서영호 센터장은 “올 2분기를 기점으로 미ㆍ중 무역 분쟁이 해소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무역 분쟁이 해결되면 최근 하락하는 세계 경기 전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이날 미국 증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통화정책에 대해) 인내심을 갖겠다“는 발언 영향에 반등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이날 미국 증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통화정책에 대해) 인내심을 갖겠다“는 발언 영향에 반등했다. [AP=연합뉴스]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골도 깊은 올해 자산시장에서 투자자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구용욱 센터장은 “기업 실적이 견고한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IT 중 반도체보다는 실적이 양호한 2차 전지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종, 올해 주주 환원책을 강화함에 따라 투자자가 선호할 지주사 등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정연우 센터장은 “전략적으로 금ㆍ채권ㆍ달러 같은 안전 자산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조현숙ㆍ정용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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