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시 모인 3김 「야대」재 가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야3당이 공조체제의 회복을 선언하고 당면 정치현안의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야 3당총재는 근 2개월간의 불화를 씻고 26일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어 시국 전반에 대한공동 입장을 발표했다.
3당 총재회담의 합의문은 현 시국의 성격규정과 함께 6개항의 당면문제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고 이의 최종적인 해결을 위해 4당 영수회담의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 3당총재 담의 합의문은 이미 각 당 총재가 개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혔던 자신들의 입장을 집대성한 것인 만큼 이미 예측했던 내용 이상의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야대의 정국구조에서 3당의 대표가 다시 손을 잡고 공동의 시국관 속에서 정치력의 회복을 약속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합의문으로 표현된 야3당의 의도를 전체적 맥락에서 파악해 본다면 우선 야3당이 현재 우리사회가 이념적인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분명하게 보수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점이다.
이와 함께 야권은 정치권의 대결구조를 원하지 않고 있음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평소 의견 집대성>
이는 중간평가 연기 이후 극우 대 극좌의 대결구조로 말미암아 잃어버렸던 야권의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야권이 강경 노선으로 회귀하리라는 예측은 약간 빗나갔지만 최근 사태에 대해 비판적인 국민여론을 감안한다면 3야의 온건 보수 노선 회귀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야 3당총재는 △거부권 남용에 따른 총리·보사·노동장관의 해임 건의 △공안 합동 수사본부의 폐지 등 여야 대결을 촉발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한 점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합의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현 정국의 불안이 폭력적 좌익세력과 반민주수구세력의 대결로 빚어진 만큼 이양세력에 대한 규탄과 견제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반민주 수구세력의 맥을 끊기 위해서는 5공 청산과 민주개혁 조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첨예한 문제 피해>
5공 청산에 있어서는 △최·전 전 대통령의 국회증언 △5공 핵심인사에 대한 처리 △광주사태의 마무리 등을 요구하고 나섰고, 민주화 조치는 악법개폐 작업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로 정국이 다시 경색되는 사태까지 원치 않고 있음을 은연중 표현하고 있다.
즉 전직 대통령의 국회 증언 방식이나 5공 핵심 인사에 대한 책임추궁 문제에 있어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막연하게「국회 증언」또는「처리」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여야간 절충여지가 넓음을 암시하고 있다.
반민주 수구세력과 대칭되는 폭력적 좌익 세력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점은 특히 주목되는 대목이다.
3당 총재는 이점에 대해『의회 민주주의를 폭력혁명으로 전복하려는 좌익세력의 확산을 경계한다』고 분명히 못박고 있다.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최근 기자회견이나 평민당내 재야출신의 언동 등에서 볼 때 평민당의 김 총재는「좌익」이라는 단어로 이 시국을 보는 것을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3당총재가 모인 자리에서 이념 문제에 대해 이같은 분명한 입장을 표시한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물론 3당총재는 재야 민주인사와 좌익 세력간에 구별이 있어야 한다는 사족을 달았지만 여하튼 제도권 3야당이 재야에 대해 공동의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제도권 정당과 재야의 영역이 이번을 계기로 확실하게 구분되게 되었다.

<재야와 선 분명히>
3당총재는 이점을『재야 민주 인사들의 정치투쟁은 건전한 민주정치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완곡하게 표현했으나 사실은 『정치는 이제 야당에 맡겨달라』는 점을 분명히 촉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당면한 노사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정부나 근로자 어느 쪽이든 폭력사용을 배제할 것과 특히 근로자에 대해서 5월 총파업 등 연대 투쟁을 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합의문은 전반적으로 선언적 성격이 짙으나 몇몇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우선 혼란된 남북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오는 임시국회에서 야3당 주도로 남북교류의 기준과 절차를 법으로 제정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야당 측이 지금까지 보안법의 개정이나「남북교류 기본법」제정 등에 게으름을 부려온데 대한 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 불화 반성>
3당 총재들은 도시근로자·영세민 등을 위한 입업 예산조치, 부의 재분배와 경제구조 개선을 위한 6차5개년 계획 수정, 수입 개방압력에 대응할 국회차원의 공동대처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이번 임시국회에서 입법 등을 통해 실현시킬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 서두에 『각종 시국 문제가 제도 정치권으로 제대로 수렴되지 못하고 있는 시국상황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반성이 있듯이 야 3당총재가 정치력의 회복을 선언하고 여야대결을 피하고자 하는 의지가 뚜렷한 것으로 보면 이번 5월 임시국회가 의외로 순탄하게 넘어갈 확률이 높아졌다.
물론 전 대통령의 증언문제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 국지적인 파문이 있을 수도 있으나 현재 여야의 감응도로 보아 돌발사태가 없는 한 앞으로의 정국이 비교적 순탄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문창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