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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아시안컵 감독만 보면 유로201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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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감독만 보면 차라리 ‘유로2019(2019 유럽축구선수권대회)’라 불러야 할 듯하다. 6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하는 2019 아시안컵은 유럽 출신 사령탑들의 치열한 지략의 경쟁을 예고한다. 24개 출전국 중 유럽 출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팀은 17개다. 전체 70%다. 아시아 국가의 유럽 감독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6일 새벽 UAE-바레인 개막전 #24개 팀 감독 중 17명이 유럽 출신 #한국 벤투, 유로2012 포르투갈 4강 #중국 리피, 2006 월드컵 우승 감독 #이란 케이로스, 맨유 퍼거슨 보좌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 당시 벤투. [중앙포토]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 당시 벤투. [중앙포토]

한국이 속한 C조는 네 팀 모두 유럽 감독이 맡고 있다. 파울루 벤투(50) 한국 감독은 포르투갈 출신이다. 유로2012 당시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아 4강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8월 연봉 35억원(세후 25억원, 코치진 포함)에 한국을 맡았다. 부임 후 우루과이전 등 7차례 평가전에서 3승4무를 기록했다.

벤투 감독은 골키퍼 또는 수비수부터 차곡차곡 공격을 전개하는 ‘후방 빌드업’ 전술을 구사한다. 또 그라운드에서는 ‘열혈남’이다. 득점 기회를 날리면 벤치를 박차고 일어난다. 이어 왼쪽으로 반 바퀴,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며 아쉬움을 표시한다. 배경음악만 깔면 딱 피겨스케이터다. 경기장 밖에서는 형처럼 친근한데, 체지방률이 좀 높은 중앙수비수 김민재(23·전북)에게 “빵에 버터를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나 발라먹냐”고 농담 섞인 눈치를 주기도 했다.

축구대표팀 손흥민과 벤투 감독. [뉴스1]

축구대표팀 손흥민과 벤투 감독. [뉴스1]

벤투 감독은 유로2012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를 축으로 팀 전술을 짰다. “호날두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스타일은 한국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손날두’ 손흥민(27·토트넘)을 중심으로 전술 운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59년 만에 아시안컵 탈환은 손흥민 활용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중국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리피 감독. [연합뉴스]

중국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리피 감독. [연합뉴스]

마르첼로 리피(71·이탈리아) 중국 감독은 세계적 명장이다. 이탈리아를 2006 독일 월드컵 정상에 올려놓았고, 2013년에는 광저우 헝다(중국)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6년 중국 대표팀을 맡았는데, 연봉이 2300만 유로(약 294억원)다.

천하의 리피 감독지만, 중국 축구 소생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지난해 10월에는 인도와 득점 없이 비기는 망신을 당했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 성적도 참담하다. 이라크에 1-2로 졌고, 요르단과 1-1로 비겼다. 정즈(39·광저우 헝다) 등 노장이 많아 출전국 중 평균 연령 1위(28.7세) 팀이다.

그래도 ‘늙은 여우’라는 별명처럼 리피 감독에게 ‘한 수’는 있다. 중국은 2017년 3월 23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을 1-0으로 잡았다. 이른바 ‘창사 참사’다. 게다가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를 시사해 각오가 남다르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 그는 탄탄한 수비 후 빠르게 역습하는 전술을 펼친다. 승리를 위해서는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침대축구도 구사한다. [연합뉴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 그는 탄탄한 수비 후 빠르게 역습하는 전술을 펼친다. 승리를 위해서는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침대축구도 구사한다. [연합뉴스]

D조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66·포르투갈) 감독은 2004년부터 4년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석코치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보좌했다. 2011년 부임한 그는 지난 8년간 이란을 아시아 1위(국제축구연맹 랭킹 29위)로 만들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호주와 한국, 일본이 4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고, 이란이 남은 한 자리를 경쟁할 것”이라고 엄살을 피웠다.

한국 대표팀 감독 시절 케이로스를 상대했던 신태용(49) JTBC 해설위원은 “눈빛으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영리하게 선수들과 밀당을 잘한다”고 평가했다. 신 위원은 리피 감독에 대해 “성격이 온화하지만, 경기 중 포메이션을 바꾸는 등 전술로 선수들을 휘어잡는다”고 분석했다.

필리핀을 이끌고 있는 에릭손 감독. [AP=연합뉴스]

필리핀을 이끌고 있는 에릭손 감독. [AP=연합뉴스]

개최국 UAE의 알베르토 자케로니(66·이탈리아) 감독은 1999년 AC밀란을 이탈리아 리그 정상에 올려놨다. 또 2011년에는 일본의 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필리핀의 스벤 예란 에릭손(71·스웨덴) 감독 역시 세계적 감독으로, 잉글랜드를  2002년과 2006년 2회 연속으로 월드컵 8강에 올려놨다. 필리핀은 카디프시티(잉글랜드) 골키퍼 닐 에더리지가 이번 대회 불참한다. 그래도 유럽 프로축구를 경험한 선수가 21명이나 된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자케로니 감독은 2016년 중국 베이징 궈안에서 경질돼 커리어 기로에 놓여있다. 그래도 UAE가 개최국인 데다, 개인적으로 아시안컵도 경험했다. 에릭손은 지도자로서 하락세지만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유럽에서 태어난 혼혈선수를 하나로 묶는 게 그의 숙제”라고 평가했다.

‘비유럽 출신’ 감독으로는 엑토르 쿠페르(64·아르헨티나) 우즈베키스탄 감독이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 이탈리아 인터밀란 사령탑을 역임했다. 후안 안토니오 피치(51·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은 2016년 칠레의 코파아메리카 우승을 지휘했다.

김영준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이 지난달 2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한 뒤 기자회견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김영준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이 지난달 2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한 뒤 기자회견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자국 출신에게 지휘봉을 맡긴 팀은 호주·일본·북한·투르크메니스탄 등 4개국이다. 북한 감독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던 김영준(36)이다. 자국 감독 비율은 4년 전 2015 아시안컵 당시의 43%(16팀 중 7팀)에서 이번에 20%로 줄었다.

2019 아시안컵

기간(장소): 1월 6일~2월 1일(두바이 등 4개 도시)
참가팀: 24개국(6개 조)
우승팀 혜택: 상금 56억원
202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

한국 조별리그 일정

7일(월) 오후 10시 30분 필리핀전(두바이)
12일(토) 오전 1시 키르기스스탄전(알아인)
16일(수) 오후 10시 30분 중국전(아부다비)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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