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쇼크' 김정주, 넥슨 통째 내놨다···최소 8조 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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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게임회사인 넥슨 창업자 김정주(51) NXC 대표가 회사를 판다. 매각이 성사되면 거래 가격은 최소 8조원 이상되는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거래가 될 전망이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와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회사 NXC의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놨다. 김 대표(67.49%)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29.43%), 김 대표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1.72%)가 보유한 지분이다. NXC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주력인 넥슨코리아의 주인도 바뀌는 구조다.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의 시가 총액은 한화로 13조원이 넘는다. 이중 NXC가 보유한 지분(47.98%) 가치만 6조원을 넘는다.

 김정주 NXC 대표의 지분 매각 방침은 국내 게임 업계에 큰 충격이다. 예상 매각금액도 그렇지만, 김 대표와 넥슨이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내 게임 업계의 선구자다. 1994년 국내 최초 그래픽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무기로 넥슨을 창업해 오늘날의 NXC와 넥슨을 일궜다.
 하지만 넥슨 내부에선 이를 예정된 수순으로 본다. 김 대표가 이미 4~5년 전부터 국내 게임업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평소 친분이 두터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최근 잇따라 게임 관련 지분을 정리한 것에 대한 충격이 컸다고 한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당시 인기 게임인 ‘클래시 오브 클랜’과 ‘클래시 로얄’의 개발사인 슈퍼셀의 지분(73.2%)을 중국 텐센트에 매각했다. 당시 텐센트는 이를 포함해 슈퍼셀 지분 84.3%를 86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9조9115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더해 최근 국내 게임업계의 저성장 국면을 김정주 대표가 무척이나 ‘지루해 했다’는게 업계의 평이다. 익명을 원한 넥슨 관계자는 “김 대표는 이미 4~5년 전부터 국내 게임산업과 관련해 재미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다”며 “NXC 지분을 내놓았다는 데 대해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올게 왔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김 대표가 지분 매각 계획을 내놓았음에도 당장 중국 텐센트 등과 거래가 빠르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이 다수다. 넥슨그룹은 ‘김 대표→NXC→넥슨(일본법인)→넥슨코리아→10여 개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매각 주간사로는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를 비롯한 게임업계의 주요 거두들은 서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비즈니스 거래 역시 사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NXC 매물을 사줄 사람을 찾았다면 이미 그들 간 거래가 이뤄졌을 텐데, 매각 주간사를 정하고 공식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매물을 사줄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이수기ㆍ박민제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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