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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반기업 이미지 180도 수정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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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10여 명이 15일 국회에서 당의 진로 모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교흥 의원(왼쪽) 등 참석 의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우리의 개혁과 진보가 친북.반미.반기업으로 비춰지고 있다. 방향을 180도 수정해야 한다. 친기업 노선으로 바꿔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정부와 여당이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열린우리당 오제세 의원)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13명이 15일 국회에서 5.31 지방선거 패인 분석과 민심 수습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전병헌 의원이 주도한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와 여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 전날 당 지도부의 워크숍이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과는 사뭇 달랐다. 김근태 의장이 워크숍이 끝난 뒤 당의 단합을 강조하며 의원들의 개별 발언 자제를 요청했지만 초선 의원들에겐 안 통했다. 토론회에 나선 의원들은 지역에서 직접 들은 국민의 질책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 "독선…오만…지난 2년간 뭐 했나"=의원들은 지방선거 패인과 관련, "전통적 지지층인 40대와 중도층이 이반했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선거 기간 내내 "과반 정당 만들어 줬더니 지난 2년간 뭐 했느냐"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참여정부의 독선과 오만이 지나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참가자들의 주요 발언.

^민병두="과거엔 민주 개혁세력이 '민주 대 반민주' '통일 대 반통일'의 거대 담론으로 이슈를 선점해 왔지만 이번 선거에선 보수 정당이 북한 인권 등 새로운 이슈를 선점하며 지지층을 확보했다. 민주개혁이란 담론에서 이탈한 40대의 분노와 실망이 우리의 전통적 지지층인 30대까지 전이됐고, 탈이념화된 20대에까지 뻗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교흥="이번 선거에선 중도층과 호남 지역층이 우리 당에서 이탈했다. 특히 참여정부를 탄생시키고 열린우리당을 1당으로 만든 40대가 이반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당에 대한 굉장한 비판세력으로 변했다."

^우원식="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하며 2년여간 동반 성장과 양극화 극복을 얘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구두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노현송="지역주민들이 정부에 대해 독선.오만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노영민="국민 다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부와 여당을 혼내주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총체적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국가 운영 전략에서 희망적이고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는데 또 집권하면 뭐 하겠나."

^제종길="국민들은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이것이 무너졌고, 당과 정부의 말실수와 국민 정서에 반하는 표현 등이 반복되면서 우리 당을 감성적으로까지 싫어하게 됐다. 화두는 민생인데 국민의 피부에 닿는 정책이 없었다."

^신학용="배고픈 국민은 무능한 정부보다 부패한 정부를 선택하겠다는 상황이다. 대통령과 김병준씨, 그 밑의 참모들이 제발 함부로 말을 못하게 해달라는 지역구 당원들의 이야기도 있다. 지역에선 오로지 경제에 대한 관심뿐이다. 소박하게 '내 주머니 좀 채워 달라'는데 정부의 개혁은 그것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언론에 대해 '철천지 원수'같이 대한 것도 여론정치를 펴는 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 "부동산 세제 손질해야"=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박영선="정부는 8.31 부동산 대책의 핵심 타깃에는 국민 대부분인 98%가 빠졌다고 말하지만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부동산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여론이 70%에 달한다. 공시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않아 실제적으로 국민 부담이 늘어난 것을 간과했다. 거래세 추가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

^노현송="국민들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엔 반감을 갖는다. 적어도 1가구 1주택에 대해 우리가 취하고 있는 정책은 과하며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교흥="부동산 투기는 절대 안 된다는 전제를 갖되 실물경제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 흐름과 유동성을 인정하는 식으로 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병헌="의견을 정리해 지도부에 전달하겠다"며 "토론회는 소위 여러 계파에 소속된 의원들이 다 모였고, 토론회 정례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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