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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방송 진행 두근두근” 한 마디만 했지만…시장은 출렁

중앙일보

입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방송을 진행한다고 하니까 두근두근합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말이다. 2일 공개된 ‘유시민의 알릴레오’ 티저(예고) 영상에서 그가 한 말은 이게 전부였다. 58초 분량의 영상에는 대신 방송 촬영 장면과 방송 취지 등이 담겼다.

유 이사장에게 붙은 자막은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시사 내비게이터(안내자)’였다. 진보 진영이 열세에 몰리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 유 이사장이 등판을 예고한 것이다.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제작하는 주체는 노무현재단이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방송 일정을 알렸다. 3일 한 차례 더 티저 영상을 공개한 뒤 4일 자정 첫 방송을 시작한다. 첫 방송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출연한다. 남북ㆍ북미 관계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금요일 자정마다 매주 1회씩 공개된다. 유 이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에 따라 합리적 추론으로 삶과 정책의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출범 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진행하는 ‘TV 홍카콜라’ 등 보수 진영 유튜브 방송을 겨냥했던 ‘가짜 뉴스’ 등의 언급은 없었다.

‘알릴레오’가 티저 광고까지 내면서 흥행몰이에 나선 것은 그간 온라인 동영상 시장의 여론이 보수 쪽으로 쏠려 있다는 진보 진영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가 진행하는 ‘TV홍카콜라’는 유튜브에서 개시 2주 만에 구독자 수 17만명을 달성했다.

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김문수TV’(15만여 명),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의 ‘이언주TV’(6만9000여명) 등도 보수 시청자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외에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진행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34만여 명), 보수 논객 조갑제 씨가 운영하는 ‘조갑제TV’(18만여명)도 온라인 동영상 시장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12월 개국을 예고한 유튜브 1인 방송 ‘TV홍카콜라’ 관련 영상. [사진 홍준표저장소 유튜브 캡처]

12월 개국을 예고한 유튜브 1인 방송 ‘TV홍카콜라’ 관련 영상. [사진 홍준표저장소 유튜브 캡처]

이에 맞서고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씀’을 시작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스튜디오 개막식에서 “우리는 진짜만 다루고 진정성 있는 내용만 다루도록 하겠다”고 했다. ‘온라인 보수 방송’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말이었다. 하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채널 시작 한 달이 지났지만, 유튜브 구독자 수는 2만5000명 정도다.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서 민주당의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팟캐스트 사이트인 ‘팟빵’에서 ‘유시민의 알릴레오’ 구독자 수는 방송 시작도 하기 전에 3만7000명을 넘어섰다. 티저 영상이 올라오자 4만명을 넘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사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 [사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앞으로의 방송 내용이 공개되면 관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보수 진영의 동영상을 직접 겨냥할 것으로 보여서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노무현재단 2018 회원의 날’ 행사에서 방송 시작을 알리며 “국민이 큰 관심을 가진 정책 이슈 보도를 보면 거의 ‘반(反)지성주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혹세무민하는 보도가 넘쳐난다. 이런 것은 일주일에 한 번은 정리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취지를 밝혔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유시민(이) 유튜브를 통해 반격한다니 더 흥미롭다”라고 썼다. 홍 전 대표와 유 이사장의 맞대결도 펼쳐질 전망이다.

노무현재단 측은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팟캐스트 방송’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팟캐스트 사이트인 팟빵뿐 아니라 유튜브, 아이튠즈, 카카오TV, 네이버TV 등에도 동영상을 동시에 올릴 계획이다. 보통 보수 정치인ㆍ논객의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서만 방송되는 것에 비해 플랫폼을 광폭으로 넓힌 것이다. 민주당 내부의 기대감도 크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 “유 이사장은 인지도가 높아서 한국당이 퍼뜨리는 가짜뉴스의 진실이 뭔지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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