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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라면시장|"별미"내걸고 60여종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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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스턴트식품의 대명사로 불리는 라면은 최근 소득수준의 향상,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양해진 소비자의 기호와 입맛때문에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라면이면 다 비슷한 것으로 알았으나 해가 바뀔수록 변화무쌍해지는 식생활과 경쟁사간의 치열한 판촉활동의 결과로 현재는 무려 60종이 넘는 다양한 라면들이 소비자를 부르고 있다.
63년 「삼양라면」의 등장으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 라면은 초창기 국민의 인식부족으로 심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정부의 혼·분식 장려정책에 힘입어 60년대말 초창기 매출액대비 무려 3백배의 성장을 기록하는 등 그후 꾸준한 성장을 해 와 작년 라면시장은 3천8백억원규모에 이르렀다. 올해는 4천억원시장이 예상된다.

<연간4천억 시장>
업계판도도 처음 2O년간은 선발업체인 삼양식품과 농심이 2파전을 벌이다가 83년에 한국야쿠르트유업, 86년에는 빙그레가, 그리고 88년에는 청보식품을 인수한 오뚜기가 라면시장에 참여함으로써 5파전으로 확대됐다.
현재는 농심·삼양의 선두자리경쟁과 후발 3사의 3위자리를 둘러싼 각축전이 치열하다.
지난해 매출액규모 1위는 농심 (대표 신춘호). 안양·부산·안성 등에 총 5만평 규모의 공장을 갖고 있는 농심은 작년 5월 안성공장에 첨단컴퓨터시스템·라면설비 4개라인을 증설,하루 생산능력을 1천2백만개로 올려 놓았다. 작년 매출액은 2천1백45억원 (각사 매출액은 모두 자사주장임).
국내 라면의 선구자인 삼양식품 (대표 전응조)은 서울·부산·이리공장에 하루 1천만개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원주공장 1차공사가 완료, 완전자동화된 4개라인을 증설하고 내년초 2차공사가 완료되면 라면생산라인 12개로 하루 4백만개의 생산능력을 추가하게 된다. 작년 매출액은 1천3백50억원.
이 뒤를 후발3사인 빙그레 (대표 박정수), 한국야쿠르트유업 (대표 윤쾌병), 오뚜기 (대표 함태호) 가 각각 3백30억원, 3백17억원, 1백50억원으로 뒤따르고 있다.
라면업계가 당면한 과제는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진데 따른 신제품개발.
80년대이후 각종 인스턴트식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라면도 제품의 시장수명이 짧아지자 각사는 가격과 특성별 차별화전략으로 구매증대효과를 노리고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라면의 가격은 1백원, 1백2O원, 1백50원, 2백원, 2백50원, 3백원, 5백원 등으로 이미 가격차별화에 성공, 1백원짜리시장에서 탈피해 고가품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제품의 특성에 있어서도 소비자의 연령과 입맛에 따라 일반면·우동·자장면·얼큰한 맛·순한 맛 등으로 구분해 욕구에 철저히 부응하려 애쓰고 있다.
더구나 사회가 더욱 스피드화해짐에 따라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난 용기면 개발에 각사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5개사가 시중에 내놓고 있는 용기면의 종류는 농심의 「육개장사발면」, 삼양의 「김치라면」 등 모두 2O여종에 이른다.
작년 매출액 중 용기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정도로 불과 7∼8년사이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일본의 경우 전체 라면시장에서 봉지면 (일반라면)과 용기면의 매출비율이 50대50 수준인 점에 비춰 국내라면시장에서 용기면이 차지하는 비율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라면업계는 앞으로 라면의 상품사이클이 점점 짧아지면서 어차피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분기마다 2∼4종와 신제품을 개발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올해만해도 삼양이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청춘라면」과 철도승객을 위한 「여정」을, 농심이 느타리버섯을 원료로 사용한 「느타리라면」을, 빙그레가 「온동네라면」을 새로 선보였다.

<용기면비중 30%>
업계는 또 소비자들이 라면을 선택하는 행태가 과거 회사명에서 이제는 상품명으로 바꿔지고 있다고 판단, 새로운 상품이름짓기에 고심하고 있다. 동시에 회사마다 대대적인 광고전략을 수립, 올해 광고예산규모가 농심은 1백억원, 삼양은 60억원, 한국야쿠르트유업 4O억원, 빙그레와 오뚜기가 각각 20억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라면업계가 새로 힘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 대외수출이다. 최근 해외에서 한국라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출시장이 거대한 잠재력을 갖고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각사가 이미 수출에 상당한 실적을 쌓아 삼양은 미국·캐나다·중남미로의 수출을 전담하는 삼양USA의 판매분을 포함하면 작년 3천6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고 올해 목표를 4천7백만달러로 잡고 있으며 농심은 올림픽에 힘입어 작년 2천4백38만달러에 올해 목표 3천5백만달러를 계획하고 있다.

<해외의존도 높아>
특히 삼양은 공산권진출을 위해 최근 중국산동생청도경제특구에 라면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라면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바로 라면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 저렴한 가격문제. 비록 2백∼3백원짜리 고가면(?)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라면은 싸야 한다는 인식때문에 3백원선을 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라면의 주원료인 밀가루·기름의 외국 의존도가 높다는 것.
라면튀김 기름인 대두유의 주 수입국가인 미국에서 가뭄 등으로 인해 원가가 올라갈 때는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수프의 원료인 파·마늘 등 국내농산물도 기후·작물현황에 따라 수급계획을 세우기 힘든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작년 한햇동안 국내에서 소비된 라면은 갯수로 따져 약 30억개, 1인당 80개꼴로 라면의 본산지 일본의 1인당소비량 4O개의 2배에 달한다.
업계는 내수시장의 양적성장은 한계에 달했다고 보고 60, 70년대의 양적성장, 80년대의 질적발전에 이어 이제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보조를 맞추는 「격」위주의 식문화개발에 미래를 걸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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