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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옴부즈맨칼럼

심층보도의 매력 잘 보여준 '북한경제 현장을 가다' 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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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문이 죽어가고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문 구독 가구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젊은이들의 비구독률이 늘어나고, 인터넷을 통한 뉴스 소비가 5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기인하는 우려일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여 년간 폐간한 신문의 숫자가 대폭 증가했다. 신문 저널리즘이 공론장으로서 민주주의의 형성 유지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문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신문 활성화 방안이 다양하게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문 스스로 타 매체보다 정보 해설력이나 심층성과 같은 차별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근래 중앙일보 보도에 적합한 사례가 있었다. 6월 3일자의 '가라앉는 경제 살리는 데 관심 집중해야' 기사는 6월 2일 지상파 뉴스 시청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국민생산은 늘었지만 국민소득이 줄어든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는 정보 해설력이 돋보였다. 즉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 분기보다 0.6% 줄어든 것은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1.2%, 전년 동기에 비해 6.1% 증가했지만 수출 수지 악화 등으로 국민의 실제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층성은 6월 7일부터 5회 연재된 기획특집 '7.1 조치 4년…북한 경제 현장을 가다'의 경우였다. 북한 경제 변화의 현장에 대한 취재를 통해 북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으려고 한 이 기획은 심층취재 보도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실제 생활현장을 제대로 전달하면 진보니 보수니 하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보도가 저절로 이뤄지고 공동체로서 유대감 증진에 유용함을 보여주었다.

한편 5월 25일자 1면의 '버블 세븐론 등 청와대 부동산 정책 도시빈민운동 출신 비서관이 실무' 기사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청와대 부동산 3인의 역할'을 다루면서 정책방어("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정책 만들겠다", 김병준 실장), 실무지휘("강남아파트 공급론은 투기수요만 부추길 뿐", 정문수 보좌관), 이념제공("돈 한 푼 안 내고 집 짓고 오히려 돈 버는 유일한 나라", 김수현 비서관)으로 요약하고 각 인물에 대한 사진도 실었다. 특정 인물과 정책에 대한 보도가 필요했다면 인터뷰가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다. 인물과 정책에 대해 '왜'와 '어떻게'를 놓고 공방을 벌여야지 "대학 때부터 난곡동 산동네를 누비고…. 서울지역철거민협의회 정책실장까지 지냈다…. 버블 세븐 붕괴위기론을 전파하는 이론적 뿌리를 알 수 있는 셈이다" 등의 개인적인 과거사와 발언을 주로 소개하는 기사는 실상을 전달하기엔 부족한 느낌이다. 세 사람을 부동산정책의 근원으로 판단했다면 심층 인터뷰(정보원과의 대화)로 처리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앙일보는 매니페스토 운동 시각에서 선거보도를 해 선거풍토 개선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시민유권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선거보도라는 측면에서는 미완의 보도혁명으로 갈 길이 멀다. 당선 예측 관련 보도의 비율이 높은 점도 시정해 가야 한다. 또한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유권자가 알 수조차 없었던 점을 보완하는 보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6월 9일자에는 '병에 대해 잘 설명하는 것이 환자에게 큰 힘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부 의사의 권위주의로 인해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불평등한 우리나라 의료계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병으로 불안감이 높은 사람들이 접하는 분야로 기획보도가 요청된다. 이렇게 사람들의 실생활과 관련성 및 유용성이 높은 기사를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문 위기의 극복은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