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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내친구] 남아공 '속 타네' 독일 웅장한 시설, 축구 실력에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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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부럽다. 마음은 급하다.

아프리카 국가로는 처음으로 축구월드컵(2010년)을 유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사람들이 독일 월드컵을 바라보는 심정이다.

2006 독일 월드컵은 남아공에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남아공 축구 팬 시부시소 라데베(21)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웅장한 경기장을 보고 있으면 걱정부터 앞선다. 우리는 좀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2000달러의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자 나라다. 그러나 도로 등 교통 시스템은 열악하다. 남아공 축구의 심장이라는 소웨토의 대중 교통은 전형적인 후진국의 모습이다. 도로에는 일정한 정거장이 없고,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타고 내린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는 서민들의 유일한 교통 수단이다. 교통 정체도 심각하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교통 시스템의 정비도 급하다.

2010년 월드컵에 약 50만 명의 관광객이 남아공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남아공은 월드컵 전까지 고속철도 등 전국 규모의 교통 시스템을 완벽히 갖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기는 9개 도시, 10개 경기장에서 치를 예정이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4곳은 기존의 경기장을 개.보수해 쓴다. 그러나 세계적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불가피하다. 6곳은 새로 지어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고속철도망을 건설하는 데만 약 12억 달러(약 1조1150억원)가 소요된다. 경기장 개.보수 및 신설에는 4억 달러(약 38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남아공 월드컵조직위 대니 조던 위원장은 "우리가 즉시 사용 가능한 예산은 5억 달러(약 4800억원)에 이른다. 이 돈은 텔레비전 중계권 계약에 따른 배당금, 외부 투자 등으로 마련할 수 있다"며 "우리는 위대한 이벤트를 치를 만반의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폭스뉴스는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 재원 마련을 위해 약 12억 달러에 이르는 별도의 세금을 책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좀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축구 실력이다. 남아공은 2006 독일 대회 본선에 참가하지 못했다. 올 초에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1승은 커녕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2006 월드컵의 주최국 독일은 현재 2승으로 사실상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상대를 압도하는 공격력은 독일 전역을 들끓게 만들었다. 월드컵 주최국의 성적은 '월드컵 붐'과 직결된다. 남아공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월드컵이 '남의 집 잔치'가 될까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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