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한·미 방위비 분담금, 동맹정신으로 풀어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16호 34면

주한미군 주둔을 지원하는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이 표류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안보 무임승차는 안된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 측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근거가 없고 과도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타결해야 할 분담금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70년을 유지해온 한·미동맹 근간이 흔들린다는 걱정이 많다.

트럼프, 안보 무임승차론 비판 #동맹으로 북핵 위협 대비해야 #협상 결렬 땐 주한미군 감축도

분담금 협상은 오랫동안 한·미 사이에 골칫덩어리였다. 1990년 중반에는 매년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국이 충돌하는 단골 메뉴였다. 어떤 해엔 불과 500만 달러(60억원)를 놓고 한·미 국방부가 SCM회의 판이 깨질 정도로 맞서기도 했다. 이런 좋지 않은 기억에 분담금 협상을 국방부가 하지 않고 외교부로 넘겼다. 그래서 외교부에 방위비 분담금 전담 대사가 생겼다. 협상도 매년 하지 말고 5년마다 기준을 정하기로 했다. 껄끄러운 돈 문제는 따로 협상하고 한·미동맹은 잘 유지하자는 의도에서였다. 분담금은 한·미 연합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주한미군 자체의 운영비용은 미국에 부담하지만, 한반도 방위를 위해 순수하게 들어가는 비용은 한·미 연합 차원에서 양국이 절반씩 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 11~13일 서울에서 열린 협상에서 5년 주기 협상을 1년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분담금 증액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담금도 현재 9600억 원보다 35% 인상된 연간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이라크 방문 때는 “미국이 경찰국가를 계속할 수 없다”며 “모든 부담을 우리 미국이 져야 하는 상황은 부당하다”며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했다. 그는 최근 시리아 내전에서 미군을 철수키로 했다. 현재 우리의 대미 외교라인은 크게 손상됐고, 미국은 분담금 인상에 강경한 입장이다. 그래서 분담금 인상이 안 되면 주한미군 감축이 강행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북한 핵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비핵화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반도 평화 무드 기간을 이용해 핵무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미 NBC 방송에 따르면 미·영 전문가들이 2년 뒤엔 북한이 100개의 핵탄두를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과 중국이 보유한 핵무기의 절반 수준이다. 북한 핵 전투력이 통제 불능 상태로 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에 대해선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도 있지만, 우리에겐 현실적인 위협이다.

지금 한반도엔 평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난 수십 년간 반복한 냉엄한 사실이다. 한·미동맹은 그 방패막이다. 안보가 무너지면 경제는 물론 우리 사회에 전면적인 불안과 혼란이 올 수 있다. 이런 마당에 주휴수당이나 복지비에 수 조원씩을 쓰면서 숨 쉬는 공기와 같은 안보에 지나치게 인색할 이유가 있느냐는 세간의 지적이 있다. 한반도에 평화 무드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교착 상태에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슬기롭게 마무리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