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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칼럼] 4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오는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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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호 35면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도대체 제4차 산업혁명은 언제 오나요? 2018년도 저물어가는 이 마당에, 2016년에 선언된 혁명이 아직 이 땅에선 그 전조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지 않은 혁명을 대비하려는 노력도, 이미 다른 나라들이 일궈낸 혁명의 기운을 혁신으로 이끌려는 노력도 아직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한반도는 고요한 혁명의 무풍지대다. 혁명을 준비하지 못한 나라로서, 이 고요 후에 불어 닥칠 파괴의 쓰나미가 걱정된다. 우리나라 산업지형도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적응 과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선진국들의 기술혁명에 의해 풍비박산 나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를 #토할 정도로 많이 썼지만 #공허한 선언이자 레토릭이었다 #기업이 혁신을 시도하려면 #정부가 투자자이자 조정자 역할해야 #혁명의 성공은 그들의 손에 있다

그간의 정황은 이렇다.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이 주최한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을 선언했다. 우리를 둘러싼 오프라인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들을 고스란히 데이터화해서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사람들에게 맞춤형 예측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미래가 조만간 올 거라는 주장이었다.

물질로 이루어진 오프라인 세상이 비트로 구성된 온라인 세상과 일치하게 되면, 산업지형도는 혁명적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인공지능이 저비용으로 순식간에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과를 만들어낸다. 전혀 다른 경제학이 지배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일치하면, 사람의 노동력 없이도 대부분의 경제적 생산이 온라인에서 처리될 것이다.

일례로, 지금은 내비게이션이 도로지도와 GPS(공간위치추적시스템)를 통해 도로 내 차량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우리에게 도착예정시간과 가장 빨리 도착하는 길을 안내해준다. 그러나 현재 내비게이션은 아직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일치하진 않았다. 조만간 보행자 정보, 교통신호 정보, 차선별 자동차 상황 정보, 노면 정보, 공사 상황, 날씨 등 교통에 관한 모든 정보가 그 안에 들어가는 순간, 다시 말해 제4차 산업혁명이 구현되는 순간,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것이 더 안전해진다. 이른바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기술적 변화는 대리기사를 없애고 택시를 줄이는 일자리 지형도의 대규모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이 제4차 산업혁명을 선언한 것도 새로운 혁명의 시대가 장밋빛이어서가 아니었다. 일자리의 지형도가 파괴적으로 바뀔 것이니, 미리 준비할 시간을 갖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그가 다보스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선언하면서 함께 나누어준 보고서도 우울한 전망이 담긴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리 선언된 혁명을 잘 준비하고 있는가? 기존 산업계는 파괴적인 혁신을 준비하고, 새로운 세대는 혁신을 꿈꿀 수 있도록 정부는 토대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토할 정도로 많이 썼지만, 대부분 공허한 선언이자 레토릭이었다.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의미 있는 데이터를 구하기 힘들고, 플랫폼 사업은 턱없이 부족하다. 개인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은 아직 불법이며, 인공지능은 현재 상용화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제대로 적용하려면 데이터 표준화가 우선인데, 세계 표준화 과정에서 우리는 전혀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비식별 데이터조차 제대로 분석하기 힘들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문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나바다 운동을 구현할 플랫폼 사업인 공유경제가 필수인데, 우리는 에어비앤비나 우버는커녕 카풀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기업이 혁신을 시도하려면, 정부가 투자자이자 조정자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제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거기에 맞춰 규제 혁신과 예산 투자가 일어나야 한다.

20세기 초, 택시의 등장으로 마차를 모는 마부와 인력거꾼들은 대거 직업을 잃었다. 하지만 인력거꾼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택시 도입을 늦출 순 없었다. 그로부터 100년 후, 공유경제는 택시회사를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공유경제 혁신생태계는 육성하면서 기존 생태계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둘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공유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하면서도, 택시회사는 혁신하도록 지원하고 택시기사의 생존권은 보장하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내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기반한 생활체감형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다. 이를 우리도 제도적으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혁신의 열매를 만끽할 기회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게 된다. 지금처럼 거래소를 겁박만 하지 말고, 블록체인 회사들이 혁신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고, 암호화폐 거래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관리제도와 규정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으면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정부 공무원들이 제4차 산업혁명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정책감사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현재 상황은 규제를 한두 개 없앤다고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과감한 네거티브 전략이 적용되어야 한다. 혁명의 성공은 그들의 손에 있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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