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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600명 이용하는데…인천여객터미널은 좌석 전쟁 중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월 29일 인천시 중구 인천연안여객터미널. 풍랑주의보로 3일째 닫혔던 뱃길이 드디어 열렸다. 오매불망 배가 뜨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일제히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이날 연안여객터미널을 찾은 사람 수는 대략 3000명. 1·2층 대합실의 좌석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짐 위나 바닥에 앉거나 서서 배를 기다렸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에 있는 부대로 복귀하기 위해 대기하던 군인 수십여 명도 한쪽에 줄지어 섰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섬 주민과 관광객 등으로 가득 찬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사진 옹진군]

섬 주민과 관광객 등으로 가득 찬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사진 옹진군]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이 밀려드는 승객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시설은 비좁은데 찾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곳곳에서 자리 쟁탈전을 벌어진다.
지난해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을 이용한 사람 수는 94만2000여 명이다. 하루 평균 2580명이 이용한 셈이다.
하지만 터미널 시설은 협소하다. 1995년 건설된 인천여객터미널의 건축면적은 2513㎡이다. 1·2층 대합실의 좌석을 모두 합쳐도 고작 270석밖에 안 된다. 그나마 이것도 몇 년 전 2층 사무실을 비워내고 100석을 늘린 것이란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 휴게 공간 부족 등으로 몸살 #하루 최대 4000명 이상 몰리는데 대합실 좌석은 270개 #23년된 노후 건물로 다른 지역 터미널보다도 규모 작아 #옹진군 "매각하는 옆 국제여객터미널 사용하게 해달라"

쉴 공간은 부족한데 사람들로 붐비다 보니 이 안에선 항상 "내 자리"를 찾는 좌석 전쟁이 벌어진다.
의자에 짐만 올렸다간 "사람 앉을 공간도 없는데…"라는 핀잔이 곳곳에서 이어진다. 자리 문제로 큰 소리로 말다툼을 벌이는 일도 종종 있다.
자리를 찾지 못해 복도 한쪽에 돗자리 등을 깔고 잠을 청하거나 아예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해무나 풍랑주의보 등 기상 악화로 배 시간이 지연되거나 운항이 통제될 땐 난리가 난다. 제때 귀가하지 못한 섬 주민들이 짐까지 가득 들고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 디딜 곳도 없어진다.

옹진군에 따르면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선 매년 35차례 정도 배 운항 시간이 지연된다. 1~4일 정도 배가 아예 뜨지 못하는 날도 연간 65차례나 된다.
여기에 최근엔 남북 화해 분위기 등으로 서해 최남단 백령도 등을 찾는 관광객도 늘면서 성수기나 주말엔 하루 평균 4000명이 몰린다.
연평도에 산다는 김모(73·여)씨는 "터미널엔 앉을 곳이 너무 없어서 표만 끊고 인근 식당 등에 가거나 신문지를 가져와 깔고 앉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사진 옹진군]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사진 옹진군]

다른 지역 연안여객선터미널보다 규모가 작은 것도 원인이다. 2007년 건설된 목포연안여객터미널의 지난해 이용객은 69만명으로 인천보다 25만명이나 적었다. 하지만 터미널 규모는 지상 4층, 건축면적 8066㎡로 인천보다 2배 가까이 넓다

그래서 인천 섬사람들의 숙원 중 하나가 "연안여객터미널이 커지는 것"이라고 한다.
옹진군 관계자는 "최근 인천 섬 지역 관광객 수가 늘면서 선박 크기를 키우거나 항로 수를 늘리자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연안여객터미널 시설이 워낙 협소한 탓에 현재도 선석이 포화상태라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옹진군이 연안여객터미널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인천 제1국제여객터미널 [사진 옹진군]

옹진군이 연안여객터미널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인천 제1국제여객터미널 [사진 옹진군]

목포연안여객터미널. 인천연안여객터미널보다 이용객은 적지만 규모는 더 크다. [사진 옹진군]

목포연안여객터미널. 인천연안여객터미널보다 이용객은 적지만 규모는 더 크다. [사진 옹진군]

연안여객터미널에 대한 섬 주민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옹진군은 아예 연안여객터미널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제1국제여객터미널로 옮기자"는 것이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에는 내년 말 개장 목표로 신국제여객터미널이 건설 중이다. 완공되면 기존 크루즈 부두 등으로 쓰였던 제1국제여객터미널은 민간에 매각된다.
옹진군은 제1국제여객터미널이 건설된 지 16년 됐고 연안여객터미널보다 큰 지하 1층, 지상 4층(건축면적도 8812㎡) 규모인 것에 호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제1국제여객터미널을 관리하는 인천항만공사는 이 요청을 거절했다.

20일 인천시청 브리핑실에서 장정민 인천 옹진군수가 '여객터미널 이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옹진군]

20일 인천시청 브리핑실에서 장정민 인천 옹진군수가 '여객터미널 이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옹진군]

상황이 이렇자 장정민 옹진군수는 지난 20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국제여객터미널을 연안여객터미널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장 군수는 "연안여객터미널은 대형버스의 진입이 불가능하고 주차면 수도 적어 터미널 인근 도로에 주정차하는 차량과 짐을 싣고 내리는 이용객들로 인해 극심한 차량정체는 물론 사고 발생률도 높다"며 "제1국제여객터미널 부두를 이용하면 선박 대형화 등도 가능해 인천 해양관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인천시청 브리핑실에서 장정민 인천 옹진군수가 '여객터미널 이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옹진군]

20일 인천시청 브리핑실에서 장정민 인천 옹진군수가 '여객터미널 이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옹진군]

하지만 인천항만공사는 제1국제여객터미널의 부지와 건물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제1국제여객터미널은 크루즈 등 대형 선박 전용 부두라 인천 섬 지역을 오가는 중소형 배들이 이용하기 어렵다"라며 "대신 연안여객터미널의 휴게·대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임대 공간을 축소, 고객 라운지를 조성하고 인근엔 주차타워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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