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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 저력 유럽서 확인했다."|안천영 레슬링 대표팀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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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레슬링이 이젠 세계정상을 넘보고 있다. 서울올림픽에서 이룩했던 종합2위 (금2·은2·동메달5개)를 발판으로 다시 대약진의 야심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장장 53일에 걸친 대표팀의 유럽대원정을 마치고 지난주말 귀국한 안천영 감독은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한국이 최강 소련에 필적하는 대첩이 되도록 하겠다』고 호언, 과거에 없었던 과학적 훈련으로 한국레슬링을 세계정상의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을 다짐했다.
-이번 원정훈련의 성과는.
▲선수들이나 임원들 모두 진짜 우리가 세계2위권이라는 확신을 다졌다. 올림픽이후 객관적인 전력평가가 어려워 불안했다. 특히 대표팀의 간판스타들이 대거 은퇴했기 때문에 우리의 잠재력에 큰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5개 대회 출전에서 43개(금12·은19·동메달12개)의 메달을 따낸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착실히 다져온 저력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레슬링이 아시아권은 물론 각종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들이 기반이 돼 올림픽에서 진가를 발휘했고 계속해서 전통으로 굳어지는 과정인 것 같다.
-호성적을 거둔 구체적인 이유는.
▲기술적으로는 개정된 룰 (5분 연속경기)의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통계적으로 한국선수들은 경기시작 초반에 실점을 하고 3분 이후 만회를 하는 양상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1분의 휴식시간이 오히려 우리에겐 불리한 경우가 많았다. 그밖에 투지가 강한 한국선수들에 비해 소련 등 구라파 선수들은 초반에 파이팅을 보이는 반면 후반에 늘어지는 경향이 높아 상대적으로 한국선수에게 찬스가 많이 왔다.
또 파테르 자세가 폐지됨으로써 그라운드 기술이 약한 한국선수들로선 실점의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어 이중효과를 보았다. 스탠딩 기술은 한국이 세계적이다.
-이번 원정경기를 통해 드러난 유망선수는.
▲자유형 48㎏급의 김종신(김종신·동방생명), 68㎏급 박장순(박장순. 한체대·서울올림픽 은메달)과 그레코로만형 48㎏급의 권덕룡 (권덕룡·코리아스파이서), 52㎏급의 신예 안한봉(안한봉·한체대), 68㎏급의 김성문 (김성문·서울올림픽 은메달)등이 특기할 스타들이다.
특히 안한봉과 김종신은 소련임원들도 주목했으며 대표팀 세대교체의 기수가 될 것이다.
-소련에 뒤지는 점은 무엇인가.
▲힘이다. 그리고 부분적인 기술에서 덜 세련됐다. 앞으로 소련선수들의 기술적 약점을 파악하면서 한국 씨름기술을 레슬링에 접목시켜 한국형 기술을 개발해 내겠다.
올해 발족한 레슬링 과학연구소의 연구활동에 큰 기대를 건다.
-앞으로의 계획은.
▲4월16일부터 6월말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대비, 합숙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아시아권은 그레코로만형의 경우 한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나 자유형은 북한·일본·몽고 등이 세계수준에 육박한 강국이라 접전이 예상된다.
특히 북한은 경량급4체급 (48, 52, 57, 62㎏)이 김형식·이학선 등 세계정상급 선수들로 포진돼 있다.
또 8월에 세계선수권대회 (스위스)가 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드러난 취약체급을 빠른 시일안에 보완, 서울올림픽에서 다진 세계 2위권의 입지를 고수하는 것이 목표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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