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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속공예의 내일을 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한국 금속공예의 현 수준과 향방을 가늠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호암 갤러리(751-5132)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8일 개막, 오는25일까지 계속될「오늘을 대표하는 금속공예 8인전」.에는 강찬균·김승희·신권희·유리지·이승원·장윤우·최현칠 홍정실 등 우리 나라 금속 공예분야에서 가장 건실하게 작업해오고 있는 중진작가 8명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회는 초대된 작가 8인이 한결같이 작가적 연륜이나 작업성과의 면에서 명실을 고루 갖추고 한국 금속공예의 제2세대를 견인해 온 작가들이며 또한 그들 모두가 제3세대의 교육을 책임지는 일선 교수의 신분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90년대 내지는 2천년 대 한국 금속공예미술의 향방을 예시하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 천 년의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일제에 의한 암흑적 단절기를 거쳐 겨우 60년대 초에 와서야 자생의 형태로 잎을 피우기 시작했던 우리의 금속공예를 염두에 둘 때 이번 전시회는 그 동안 이들 작가들이 무의 상태에서 혼신으로 벌여왔던 작업의 결실을 점검해보는 귀중한 현장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강찬균 교수 (서울대)는『첫 걸음마를 하며』에서『함오는 날 맞았지』로 연결되는 일련의 자전적 스토리를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처리한『생의 안단테』시리즈와 극소와 극대의 대비적 효과를 강조한『금속이야기』등을 출품했다.
정은·홍금·18K 녹금을 즐겨 사용하는 그는 최근 들어 주체와 객체, 나와 대상의 삼각 관계로 이루어진 수의 형태를 풍자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김승희 교수(국민대) 는 주변 공간에서 얻은 감성들을 갈대처럼 긴 금속봉, 사각형의 틀, 원과 육면체, 금속판의 유연한 비틀림 등을 통해 표현한『풍경』시리즈와 소품의 목걸이·브로치 등을 출품,「쓰임새」와「아름다움」이란 금속 공예의 두 기능을 통합시켰다.
신라의 누금 세공법을 찾아내 이를 현대화하는 데 힘써온 신권희 교수(서울 산업대)는 옛 도기의 곡선을 살린『춘녀』『추녀』『즐기리』『봉구리』『소쿠리』등을 내놓았다. 특기할 것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15%합금의 인동선. 기포가 생기지 않고 금속 고유의 발색과 높은 내구성을 지니고 있는 이 인동선을 20%합금으로 된 주동판에 촘촘히 늘렸다.
이 밖에 유리지 교수(서울대)는 단풍나무·벗나무 등을 도기, 금속의 고정관념을 배제한 이미지 위주의」「밤의 메아리」「작은연못」「겨울섬」을 출품했고, 이승완 교수 (청주대)는 메탈에 창호지·모시·가죽·아크릴 등의 일상적 재료를 과감히 섞어 넣은 『데뷔』연작을, 장윤우 교수 (성신여대)는 병든 도시문명과 인간공해를 그린『잃어버린 양심』시리즈 및 시적 이미지를 메타포로 전위시킨 『태』등의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또 최현칠 교수(홍익대)는 새와 나무를 주제로 조그마한 촛대에서 거대한 환경 조형물에 이르는 15점의 『행복』연작을, 홍정실 교수(원광대)는 인간 문화재로부터 전수한 은입사기법을 구사,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면서 생 옻칠로 작업을 마무리한 대담한 시도의 조형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호남 갤러리 측은「금속공예 8인전」이 계속되는 기간 동안 관람객들의 감상과 이해를 돕기 위해 네 차례의「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키로 했다. 13일 오후2∼4시에는 최신칠·주승우, 14일에는 장윤우·유리지, 17일에는 신권희·이승원, 19일에는 강찬균·홍정실 씨가 현장에 나와 자신들의 공예관과 작품세계에 대해 관람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 다. <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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