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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4년간 18조원 상품권 발행, 자영업자 살릴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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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4년 간 18조원 어치 전통시장·지역 전용 상품권을 발행하고 전국의 낙후된 상권 30곳을 집중 육성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준비된 창업을 위한 기술교육 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폐업하는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전담창구도 생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전방위 대책이다.
 정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날 열린 정책설명회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그간 자영업 환경이 급격히 변해 과밀화되고 비용이 증가하는 등 외부적 요인으로 어려움이 가속화됐다”며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자영업 성장ㆍ혁신 종합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자영업 성장ㆍ혁신 종합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핵심은 자영업자의 매출을 늘리고 비용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매출 증대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2022년까지 온누리상품권과 지역(고향)사랑 상품권을 매년 각각 2조5000억, 2조원 어치씩 발행하기로 했다. 4년간 총 18조원 어치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에서 지역사랑 상품권은 해당 지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이상훈 중기부 소상공인정책 실장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운영 점포에서 사용하는 상품권인만큼 매출 증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행규모를 늘린다 해도 실제 자영업자의 매출증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발행 규모에 비해 급격히 많이 늘리기 때문이다. 온누리 상품권은 지난해 1조 742억여원, 지역사랑 상품권은 3700억여원 가량 발행됐다.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3배 많은 액수를 발행하게 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발행된 만큼 다 쓰인다면 효과가 있겠지만, 상품권을 자발적으로 구매해야 할텐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할인해주는 형태로 어딘가에 떠넘길 가능성도 있어 재정 투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공공기관 상품권 사용을 늘릴 계획이다. 대책 안에는 온누리 상품권의 공공기관 권장 구매를 경상경비의 1%에서 1.5%로 늘리고 공무원 복지포인트의 상품권 지급비율을 30%에서 40%로 늘리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서울에 근무하는 공무원 이 모 씨는 “일상생활 동선 안에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 매번 다 사용하지 못하는데 비율을 더 높인다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비용을 줄이는 방안으로는 이날 서비스를 시작한 ‘제로페이’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제로페이는 서울시, 중기부 등 정부가 은행, 민간 간편결제사업자들과 협력해 구축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다. 연매출 8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수수료가 0%다.
 상권 활성화 방안도 공개됐다. 자영업자가 밀집해 있는 구도심 상권 30곳을 집중 육성하는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다. 구역 당 5년 간 80억원을 지원해 상권 특색이 들어간 기반시설을 구축한 뒤 쇼핑·청년창업·지역문화시설을 한 곳에 모으는 방식이다. 72%(2017년 기준) 인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은 2022년까지 100%로 높인다.
 자영업자 개인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특히 창업 전 교육 및 정보제공을 강화한다. 예비창업자 1만명에게 바우처를 지급해 사업자 등록 전 업종별 전문기술을 배우게 하는 ‘튼튼창업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자영업을 너무 손쉽게 생각하고 창업해 실패하는 이들을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 국내 자영업자는 지난 10월 기준 567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0.9%를 차지한다. 이는 유럽연합 15.5%, 일본 10.4%, 미국 6.3% 등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권대수 중기부 소상공인 정책관은 “준비된 창업의 경우 더 많이 지원해 성공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창업 후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가 원활하게 폐업했다 재기할 수 있게 맞춤형 채무조정제도도 도입한다. 폐업지원 전담 창구를 설치하고 원활한 임금근로자 전환을 위한 재기교육도 실시한다. 황보윤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는 “좋은 방향이고 좋은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돈 주고 점포 준다고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하지 않는 만큼 정책 실행 단계에서 정교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이우림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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