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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직격탄? “서울은 못 잡고 기존 신도시만 잡을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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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대책은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잡는 데 결정타가 될 수 있을 겁니다.”(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센터 PB팀장)

[3기 신도시] 시장 전망 #대출·세금 규제 이어 물량 공세 #수도권 주택 시장 “이미 얼어붙어” #서울 집 모자란데 변두리에 택지 #“시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해야”

19일 정부의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이 발표되면서 수도권 집값 약세가 심화할 전망이다. 기존의 9·13 대책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대출·세금 규제 등)에 이어 대규모 물량공세가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 시장은 이미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달 중순 약세로 돌아선 뒤 5주 연속 내렸다. 구별로 보면 강남에서 관악·금천 등으로 하락세가 확산했다. 집값이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퍼지면서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전년 동월보다 22% 넘게 빠졌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마디로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여기에 대규모 공급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주택 가격의 하강 곡선은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오늘 정부는 서울시내와 외곽에 동시다발적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서울 안팎 중소규모 37곳, 서울 변두리 신도시급 4곳)을 발표함으로써 수도권 주택 시장에 강력한 ‘공급 신호’를 보냈다”며 “집값 약세가 더욱 굳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겨울방학 이사철이 시작되는 내년 1월이 하락세 장기화의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신도시 공급 확대의 부작용과 한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박남춘 인천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부터)가 19일 3기 신도시 조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했다. [임현동 기자]

박남춘 인천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부터)가 19일 3기 신도시 조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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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가 들어설 지역들에 공급 과잉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도시들에 교통망 등 자족도시 기반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서울 집 수요가 신도시로 이동하지 않은 채 서울 외곽에 대한 공급만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도 외곽 공급으로는 서울 도심 수요를 흡수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서울시내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의 올해 1~10월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년 대비 46.2% 감소했다. 10월만 보면 무려 63%나 줄었다. 또 서울의 올해 1~10월 주택 분양 승인 실적은 48.5% 떨어졌다. 10월에만 83.7%나 쪼그라들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서울 자체의 주택이 부족한 게 문제”라며 “서울시내의 유휴부지를 활용한 개발 계획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변두리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과 동시에 서울 도심에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등)을 활성화해 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 지어질 신도시 인근과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공급 과잉 등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기 신도시의 경우 아직 교통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추가로 신도시를 지으려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더욱이 새 신도시에 지원이 집중되면서 2기 신도시 등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민 반발이 심하면 신도시 조성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하남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지으려 했다가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 반발 등으로 중도 포기한 적이 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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