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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요?"···의식 돌아오자 절친 생사부터 물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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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아산병원 의료진들이 18일 밤 펜션에 투숙했다 의식을 잃은 학생들을 고압산소치료를 마친 뒤 회복실로 옮기고 있다. 김상선 기자

강릉 아산병원 의료진들이 18일 밤 펜션에 투숙했다 의식을 잃은 학생들을 고압산소치료를 마친 뒤 회복실로 옮기고 있다. 김상선 기자

“다른 애들은 어떻게 됐어요?” 지난 18일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발생한 고교생 참사의 부상자 중 1명인 도학윤(19)군은 아산병원에서 고압산소치료 등으로 의식을 회복한 뒤 가족들에게 다른 친구들의 생사를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7명 중 5명 자가 호흡, 2명 기도삽관 #가족들 밤새 뜬 눈으로 무사히 회복하길 기도

김한근 강릉시장은 19일 오전 강릉시청에서 “강릉 아산병원에서 치료 중인 5명 중 1명은 상태가 호전돼 보호자들과 간단한 인지 대화가 가능하고 친구들의 안부를 묻고 있다”고 전했다. 도군은 대화와 걷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도군은 사건 초기 사망자 명단에 잘못 포함돼 있어 가족들도 처음에는 그가 숨진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뒤 다른 친구의 안부부터 물은 것이다. 도군의 아버지는 하루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방서 등에서 나온) 명단 받고 주저앉았고, 하늘 무너지는 기분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려왔다”며 “사망한 것으로 알고 왔는데 살아 있다고 하니까(울먹임)….”라고 말했다.

펜션에 투숙했다 의식을 잃은 학생들 가족들이 18일 강릉 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김상선 기자

펜션에 투숙했다 의식을 잃은 학생들 가족들이 18일 강릉 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김상선 기자

10명의 사상자 중 도군을 제외한 6명의 부상자는 현재 고압산소치료 등을 받고 있다. 이 중 1명도 19일 오전부터 의식을 회복해 물을 마시고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나머지 2명도 점차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것이 병원측 설명이다. 하루 전 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한달음에 병원으로 찾아온 부상자 가족들은 자신의 자식들도 도군처럼 의식을 되찾아 회복하기를 바라며 병원 등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웠다.

김 시장은 “현재 아산병원의 환자 5명은 아산병원에서 18일부터 고압산소 치료를 완료하고 중환자실 등에 입원 중이다”며 “현재 의사 소견으로는 최대 일주일간 집중적인 치료를 하고 앞으로 경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늘부터는 8시 30분부터 2회 정도 고압산소 치료를 병행한다”며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이송된 2명은 현재 중환자실과 고압산소치료실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아산병원의 강릉펜션 사고 학생들이 치료를 받는 고압산소 챔버. [뉴스1]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아산병원의 강릉펜션 사고 학생들이 치료를 받는 고압산소 챔버. [뉴스1]

고압산소치료는 환자를 특수 탱크에 눕히고 100% 농도의 산소를 일반 공기압보다 2배에서 5배까지 높은 고압으로 들이마시게 하는 치료 방법이다. 일상적인 혈액 속의 산소 농도보다 훨씬 높은 산소가 혈액에 녹아들어 조직과 장기로 많은 산소를 운반하게 해 일산화탄소 중독 외에도 잠수병·만성두통 등에 치료법으로 사용한다. 치료 자체는 큰 통증을 동반하지 않지만, 기압이 평소보다 높아져 허파·고막·비강 충치 치료를 받은 치아가 손상되는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

경찰 등은 펜션 사건의 원인으로 실내에 설치된 가스보일러와 이를 연결하는 연통 연결 부위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어긋나 있어 이것으로 일산화탄소가 누출돼 학생들이 중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측정한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150~159ppm 이라는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도서관 등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공기 질 유지 기준인 10ppm의 15배 수준이다. 긴급 후송된 학생들의 체내 일산화탄소 수치도 24~25% 수준으로 정상인(3%)보다 훨씬 높았다. 병원에서 부상자들에게 고압산소치료를 집중적으로 하는 이유다.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실 챔버 내부 모습. [뉴시스]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실 챔버 내부 모습. [뉴시스]

강희동 강릉 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고압산소치료는 대기압보다 높은 압력으로 밀폐한 실내에서 산소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산소 부족으로 손상된 장기를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다”며 “일산화탄소 중독자 환자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강릉 펜션 사고와 관련 하루 전 이뤄진 현장 감식 등에서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보일러 배관에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한 것을 시험 가동을 통해 확인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으로 시행한 1차 현장 감식에서 어긋난 보일러 연통 사이로 다량의 연기가 새나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합동 현장 감식에서 확인한 연기 성분과 검출량은 국과수와 가스안전공사 2곳에서 각각 정밀 분석한다.

강릉=박진호·최종권·이태윤 기자, 위성욱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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