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15일 스즈키컵 아세안 축구대회에서 우승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현지에선 ‘박항서 신드롬’이 여전히 불고 있다. 김도현 주 베트남 대사는 19일 생생한 현지 열기를 전했다. cp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다.
“박항서 인기는 BTS 능가”
김 대사는 ‘베트남에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한 인기는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방탄소년단보다 더 인기가 많다”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박 감독과 방탄소년단 둘 중 어느 쪽에 스티커가 많이 붙냐는 번외 대결이 있었는데, 박 감독이 압도적인 우세를 나타냈다. 김 대사는 “방탄소년단이 굴욕을 당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박 감독이 ‘가장 섹시한 남자’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소통의 리더십”
김 대사는 박 감독 리더십을 ‘소통의 리더십’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사에 따르면 어느 날 박 감독은 지역이나 구단의 다른 베트남 선수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식사 때도 휴대전화만 봤다고 한다. 이에 박 감독은 “밥 먹을 때 휴대전화를 가지고 오면 벌금 5만원을 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시행 첫날 벌금을 가장 먼저 낸 건 박 감독이었다. 이후 그는 선수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그들의 고향·가족 등 배경을 챙겼다. 김 대사는 “박 감독은 어떻게 보면 심리치료사”라고 말했다.
“박 감독, 여전히 택시 타”
김 대사는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협회에서 제공하는 차도 안 탄다. 택시를 타고 다닌다”며 “‘모셔다드리겠다’는 말에도 절대 안 탄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를 하면서 돈 욕심도 없다. 돈방석에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돈에 거의 관심도 없다. 축구만 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편 베트남 국영 방송사인 베트남텔레비전이 운영하는 뉴스 채널 VTV1은 박 감독을 올해 베트남을 빛나게 한 최고의 인물로 선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VTV1은 매년 베트남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인물을 선정해 발표해 왔는데, 외국인이 국영방송에서 베트남을 대표하는 인물로 선정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