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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가장 빛난 ★ 황의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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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의조가 2018년 한국 축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그는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지난 8월 아시안게임 16강 이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하게 웃는 황의조.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의조가 2018년 한국 축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그는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지난 8월 아시안게임 16강 이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하게 웃는 황의조. [연합뉴스]

황의조(26·감바 오사카)만큼 드라마틱한 축구 인생을 걸은 선수가 있을까. 불과 반년 전까지 ‘국민 욕받이’로 불렸던 그가 2018년 한국 축구 최고의 별이 됐다.

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상’ 수상 #‘간판’ 손흥민 제치고 영예 안아 #대표팀·소속팀 오가며 총 33골 #AG 득점왕 ‘인맥 축구’ 잠재워 #독일·프랑스 등 유럽 팀 러브콜

황의조는 18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2018 대한축구협회(KFA)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46개 언론사 축구팀장 투표(50%)와 축구협회 기술 부분 종사자 7명 투표(50%)를 합산한 결과, 황의조는 218점을 받아 손흥민(토트넘·171점)과 조현우(대구·62점)를 제쳤다. 각 투표자가 1·2·3위를 추천하면 순위의 역순으로 3·2·1점을 줬다. 투표자 53명 중 70% 가까운 36명이 황의조를 1위로 꼽았다.

KFA 올해의 선수상은 2010년 이후 손흥민(2013, 14, 17년)과 기성용(뉴캐슬·2011, 12, 16년)이 3차례씩 나눠 가졌다, 2015년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수상했고, 3년 만에 황의조가 손흥민·기성용의 양강 구도를 깨뜨렸다.

황의조는 5개월 전까지 축구 팬들에게 가장 많은 비난을 받던 선수였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둔 7월, 그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에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 선수로 뽑혔다. 당시 팬들은 “김학범 감독이 성남FC를 맡던 2014년부터 3년간 가르친 황의조를, 병역 면제 혜택을 주려고 뽑았다”며 ‘인맥 축구’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황의조를 퇴출하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은 대반전이었다. 황의조는 한국을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이끌었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9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도 올랐다. 그의 골 폭풍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10월12일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또 지난달 17일 호주 평가전, 20일 우즈베키스탄 평가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소속팀에서도 황의조의 활약은 눈부셨다. 6경기 연속골로 팀의 1부리그 잔류에 공을 세웠다. 소속팀 21골, 아시안게임 9골, A대표팀 3골 등 올해 총 33골을 기록했다.

근래 한국 축구에서 이렇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스트라이커는 드물었다. 그는 이회택(72)-차범근(65)-최순호(57)-황선홍(50)-이동국(39·전북)-박주영(33·서울)의 뒤를 잇는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의 계보’에 이름을 올릴 적임자로 주목받는다. 일부 축구 팬은 한때 ‘국민 욕받이’였던 그를 ‘킹의조’ 또는 ‘갓의조’라고 부른다.

황의조와 손흥민은 지난 9월1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는 2018년 올해의 선수상을 두고 각축을 벌였는데, 황의조가 수상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황의조와 손흥민은 지난 9월1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는 2018년 올해의 선수상을 두고 각축을 벌였는데, 황의조가 수상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비록 투표에서 밀렸지만, 또 다른 ‘올해의 선수상’의 강력 후보 손흥민 활약도 황의조 못지않았다. 그는 6월 28일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맞아 50m를 주파한 끝에 쐐기 골을 터뜨려 2-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6일에는 소속팀 토트넘에서 차범근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유럽 무대 100호 골을 기록했다.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지만, 표심은 죽어가던 한국 축구를 살린 황의조 손을 들어줬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까지도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 답답한 경기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런 분위기를 단숨에 바꾼 계기가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우즈베크를 상대로 황의조가 수립한 해트트릭이었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 팬까지 사로잡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월드컵 독일전 골로 역사에 남을 만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세계적으로 한국 축구의 간판 역시 손흥민이지만, 올해 국민과 축구 팬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선사한 선수는 황의조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성공 여부도 황의조가 키를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18일 오후 서울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 호텔에서 열린 2018 대한축구협회(KFA)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황의조 선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 호텔에서 열린 2018 대한축구협회(KFA)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황의조 선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1월 5일 아랍에미리트에서 개막하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의 울산 전지훈련에 참여 중인 그는 이날 수상을 위해 서울에 다녀갔다. 황의조는 “2018년 한국축구가 더 뜨거워진걸 느낀다. 선수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시안게임을 생각하면 지금도 꿈 같고 소름 돋는다. (33골 중) 우즈베크전 골이 가장 기억남는다”며 “찬스가 오면 골대 안에 밀어 넣자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동갑내기 친구 손흥민과 경쟁에 대해 그는 “흥민이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이라며서 “흥민아 미안해”라며 웃었다. 이날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김학범 감독은 “남들이 다 안된다고해도 오기로 만들었을 때 희열이 크다. 웬만한 선수라면 흔들렸을텐데 의조가 이겨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남녀선수에 선정된 황의조와 장슬기.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남녀선수에 선정된 황의조와 장슬기. [대한축구협회]

황의조는 지난해 6월 감바 오사카와 ‘2+1년’으로 계약했다. 1년 연장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내년 6월 계약이 끝난다. 그는 현재 감바 오사카에서 7억원 안팎(세전)의 연봉을 받는다. 구단 측은 최근 재계약 협상에 나서면서 인상된 연봉을 제시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1~2부 리그 몇몇 구단과 프랑스 1부 리그 구단도 그에게 관심을 보인다.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활약을 이어갈 경우 선택지는 더 넓어진다. 황의조는 “유럽에서 친구들과 후배들이 뛰고 있다. 나도 그런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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