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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빨간 바지 마법은 내년에도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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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아이언을 들고 활짝 웃는 김세영. 2015년 LPGA투어에 데뷔한 이후 통산 7승을 거둔 그는 2019년에도 비상을 꿈꾼다. 지난 7월 역대 최소타 기록을 세운 그의 다음 목표는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최승식 기자]

아이언을 들고 활짝 웃는 김세영. 2015년 LPGA투어에 데뷔한 이후 통산 7승을 거둔 그는 2019년에도 비상을 꿈꾼다. 지난 7월 역대 최소타 기록을 세운 그의 다음 목표는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최승식 기자]

“골프 클럽을 놓고 쉰 지 2주 정도 됐어요. 아주 꿀맛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하하.”

시즌 1승, 통산 7승 꾸준한 골퍼 #4년 연속 LPGA 상금 톱10 올라 #합계 31언더파 … 최소타 기록도 #“메이저 우승과 그랜드슬램 도전”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세영(25)은 ‘방학’을 맞은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 시즌 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렀던 그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 지인들과 만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김세영은 “친구들과 영상 통화를 통해서만 연락하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니깐 정말 좋다. 그래서 요즘 하루하루가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올 시즌 1승을 거두면서 LPGA 상금 부문 7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김세영. 최승식 기자

올 시즌 1승을 거두면서 LPGA 상금 부문 7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김세영. 최승식 기자

2015년 미국 무대에 진출한 김세영은 LPGA투어 4년째를 맞은 올해 뜻깊은 기록을 세웠다. 지난 7월 손베리 크리크 LPGA 클래식에서 합계 31언더파로 기록, 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세웠던 72홀 최소타 기록(27언더파)을 4타나 갈아치운 것이다. 그는 “버디를 잡는 게 파를 하는 기분이었다. 나 스스로 ‘내가 치는 것 맞나’ 하고 놀랄 정도였다”며 “최소타 기록을 세운 뒤 동료들 사이에서 위상이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동료 선수들이 ‘어떻게 멘털 관리를 하기에 그런 대기록을 세웠냐’고 자주 물어봤어요. 선수들끼리 그런 건 잘 안 묻는데 그만큼 최소타 기록을 세운 비결이 궁금했나 봐요.”

빨간 바지를 입고 지난 7월 손베리 크리크 대회에서 우승했던 김세영. [AFP=연합뉴스]

빨간 바지를 입고 지난 7월 손베리 크리크 대회에서 우승했던 김세영. [AFP=연합뉴스]

김세영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올해 1승을 거두면서 LPGA투어 통산 7승을 거뒀다. 올 시즌 상금 랭킹은 7위(136만9418달러). 4시즌 연속 LPGA투어 상금 톱10에 진입했다. 하지만 김세영은 “점수를 매기자면 올 시즌 성적은 70점 정도”라고 자평했다. 그만큼 아쉬움도 컸단 뜻이다. 그는 “최소타 기록을 세웠지만, 당시 마지막 3개 홀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점이 아쉬웠다. 더 완벽해지려면 그런 부분이 없어야 한다”며 “올 시즌 내내 멘털을 청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마음을 비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다.

김세영은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공을 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마음이 편해졌다. 그 덕분에 기록도 세웠고, 그 이후의 결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손베리 크리크 이전까지 톱10에만 3차례 올랐던 그는 최소타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이후 준우승 2차례를 비롯해 톱10에 5번 올랐다.

지난 7월 LPGA 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우승 당시 셀카를 찍는 김세영. [AFP=연합뉴스]

지난 7월 LPGA 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우승 당시 셀카를 찍는 김세영. [AFP=연합뉴스]

김세영은 “나는 평소 장난꾸러기 스타일이다. 5분도 가만히 못 있는다. 그러나 골퍼가 된 이후 수도승이 된 것 같다”며 “평소 나는 춤과 노래를 즐기는 편이다. 흥이 많다. 그런데 필드에 서면 완전히 달라진다. 나도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김세영을 말할 때 ‘빨간 바지’를 빼놓을 수 없다. 최종 라운드에 붉은색 바지를 입고 나와 역전 우승을 거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빨간 바지의 마법사’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그는 “후원사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게 빨간 바지다. 지금도 빨간 바지가 100벌은 넘을 것”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LPGA 무대에 가고 싶었다. 그런 무대에서 활약하는 나를 상상하다가 빨간 바지를 트레이드 마크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골프 선수들은 성적뿐만 아니라 패션과 캐릭터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1승을 거두면서 LPGA 상금 부문 7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김세영. 최승식 기자

올 시즌 1승을 거두면서 LPGA 상금 부문 7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김세영. 최승식 기자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 27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김세영은 1월17일 개막하는 시즌 첫 대회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출전할 계획이다. 김세영은 “내년에도 알찬 한 해를 보내고 싶다. 굳이 목표를 말하자면 메이저 대회를 하나하나 정복해서 언젠가 그랜드슬램(4개 대회 우승)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김세영

꾸준한 김세영

김세영은 아직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김세영은 “박인비 언니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과정을 눈여겨봤다. 언니가 이룬 업적이 얼마나 힘들고 위대한 것인지 잘 안다. 그래서 일단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다음 목표로 정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에 대한 남다른 꿈도 밝혔다. 김세영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공동 25위를 차지했다. 요즘도 리우 올림픽 당시 선물로 받은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그는 “올림픽은 내게 메이저 대회만큼이나 중요하다.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된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고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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