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사고 5일 만에 사과 "재발방지 약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 김용균(24)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지난 16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진상규명과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서부발전 "유가족에 먼저 사과하느라 늦어졌다"

서부발전은 사과문에서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故) 김용균 님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태안화력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의 유품을 공개했다. 유품으로는 사비로 산 손전등과 건전지, 부족한 식사 시간 탓에 늘 끼고 살던 라면과 과자, 김 씨의 작업복 등이 포함됐다. [연합뉴스]

공공운수노조는 태안화력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의 유품을 공개했다. 유품으로는 사비로 산 손전등과 건전지, 부족한 식사 시간 탓에 늘 끼고 살던 라면과 과자, 김 씨의 작업복 등이 포함됐다. [연합뉴스]

서부발전은 “신속하고 철저한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성실히 임하겠으며, 조사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더는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하고 확인해 사업장 전 영역을 철저히 개선하겠다”며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을 존중하는 정부의 방침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서부발전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던 김용균(24) 씨는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2인 1조 근무 조항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사고 당시 김씨는 홀로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부발전은 “유가족분들과 동료분들이 받았을 깊은 고통과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번 참사를 계기로 모든 사업장이 가장 안전한 현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환골탈태의 자세로 매진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고 김용균 씨가 지난해 9월 입사를 앞두고 자택에서 정장을 입고 씩씩하게 거수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김용균 씨가 지난해 9월 입사를 앞두고 자택에서 정장을 입고 씩씩하게 거수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부발전은 사고가 발생한 지 5일 만에야 사과문을 냈다. 유가족에 먼저 사과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사과문 발표가 늦어졌다고 한다.

김병숙 사장이 유가족에 사과하러 빈소를 몇 번 찾아갔지만, 민주노총 등의 반대로 만나지 못했다는 게 서부발전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태안화력 시민대책위원회는 “민주노총이 아니라 유가족들이 (서부발전에서) 책임 있는 대책을 가지고 오기 전에는 오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서부발전은)사고 이후 거짓 진술과 사고시간 조작, 노동자들에 대한 협박을 일삼았다”며 “피해자와 논의도 없었고 사과 주체도 없는 일방적 발표로 우선 잘못부터 인정하라”고 강조했다.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씨는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묻고 싶다. 공기업에서 어떻게 이런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졌는지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람이라면 그렇게 험한 곳에서 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인간적 환경에서 일하게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시민대책위는 이날 광화문 광장에 김용균씨를 기리는 분향소를 차린 데 이어 22일 오후 6시 제1차 범국민 추모대회를 열기로 했다. 태안터미널 사거리에서는 매일 촛불추모제를 이어가고 21일에는 ‘1100만 촛불행진’ 행사를 열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