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현지 민심 르포] '한국군 파병' 찬반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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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인들은 한국의 추가 파병에 대해 지역.민족.종파.정파.계층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현지인을 고용해 2백32명의 이라크인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2%가 한국의 전투병 파병을 '환영한다'거나 치안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52%는 부정적이었다.

한국군이 주둔할 가능성이 큰 북부 지역 출신이거나 현재 거주하는 사람들은 24%가 "한국군의 파병을 환영한다"고 응답했다. 이 지역은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곳으로 치안부재로 인한 종족 간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모술 대학 경영학과의 후나인 알카두(57)교수는 "후세인 정권하에서 너무 큰 고통을 받았다"며 "치안을 위해 미군을 포함한 모든 다국적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쿠르드 지역인 술라이마니아에서 만난 사업가 나우자드 라바티(40)는 "불안해서 사업을 못하겠다"며 "미군이든, 다국적군이든, 아니면 유엔의 평화유지군이든 빨리 와서 후세인을 찾아 없애달라"고 말했다.

이라크 인구의 65%를 차지하고 남부와 바그다드에 주로 거주하는 시아파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에 대한 반감이 많은 이들은 일부 수니파의 과격행동으로 인한 치안 악화를 우려한다.

시아파 응답자 중 과반수가 "더 많은 다국적군이 들어와 하루 빨리 치안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 출신의 운전기사 하이다르 나지(39)는 "외국군의 추가 주둔을 환영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치안 부재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중부.북부에 주로 사는 수니파의 상당수는 "한국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이 추가로 주둔해도 치안 회복에 크게 기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수니파 밀집지역인 바그다드 북부의 소도시 바쿠바에 있는 육군대학의 파딜 사이프(46) 교수는 "이라크인들은 한국의 추가 파병을 미군에 대한 협조로 간주할 것"이라며 "한국군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하드(성전)의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티크리트에서 만난 바키르 하마디(27)는 "미군만 아니면 상관없다"며 "한국군이 미군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바그다드.암만=서정민 특파원 , 사진=나자프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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