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고이즈미 '절묘한 人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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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4일자 일본의 조간 신문들에는 일제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2기 내각의 지지율에 대한 조사 결과가 실렸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마이니치(每日)신문에서는 65%, 요미우리(讀賣)신문에서는 63%로 나타났다. 한달 사이 지지율이 크게는 20%포인트나 뛰어오른 셈이다.

국민의 주머니 사정이 갑작스럽게 좋아진 것도 아니고 화끈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걸고 나선 것도 아닌데 일본 국민은 왜 고이즈미에게 엄청난 호응을 보이는 것일까. 주된 분석은 "고이즈미 총리의 '절묘한 인사(人事)'가 일본 열도를 열광하게 했다"는 것이다.

일단 고이즈미는 '총리 다음의 2인자'로 불리는 자민당 간사장에 49세의 아베 신조(安部晉三)를 전격 기용했다. 그동안 간사장 자리는 내각에서 장관을 두어번 하고 특정파벌의 우두머리쯤 돼야 자격이 주어지는, 이른바 '파벌정치''원로정치'의 상징이었다. 그런 자리에 장관 한번 한 적 없는 '새파란 신출내기'를 기용한 것이다.

10년 넘게 이어지는 장기불황에 사회의 고령화가 겹쳐 열도 전체의 활력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뭔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일본 국민의 마음을 이번엔 제대로 읽었다는 박수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고이즈미는 새 내각에도 젊고 진취적인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당내 파벌의 보스들이 요구했던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52) 금융.경제재정상의 경질도 "누가 뭐래도 난 개혁을 해나갈 것"이라며 거부했다. 파벌의 목소리를 "개혁을 거부하는 구세력의 주장"으로 몰아세우면서 자신이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음을 부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당과 내각 인선을 놓고는 "오는 11월의 중의원 선거를 겨냥한 '인기 영합형'"이란 비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의 고루한 틀을 과감히 깨고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점에서 고이즈미의 인사는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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