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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霧霾<무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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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호 33면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비(雨)와 안개(霧)가 없다면 중국 문인들이 시(詩)를 쓸 수 있었을까? 쓸쓸함, 그리움, 실연, 그리고 소생(蘇生)은 비와 안개 아니면 전달할 길이 막막했을 것이다.

“좋은 비 시절을 알아/봄이 되니 때맞춰 내린다./어둠 틈타 바람 따라 잠입한 봄비,/온 세상 적시는데, 가늘어 소리 없다(好雨知時節/當春乃發生/隨風潛入夜/潤物細無聲).”

두보(杜甫)의 절창이다. 사랑해도, 훈계해도 가는 봄비처럼 소리 없어야 상대 마음을 적실 수 있다는 철리(哲理)가 읽힌다.

매(霾)는 검은 비다. 음매(陰霾), 혹은 회매(回霾)로도 불린다. 그래서 무매를 풀어쓰면 ‘안개처럼 자욱한 검은 비’쯤 된다. 초미세먼지가 바로 무매다. 중국어로는 ‘우마이’라고 읽는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 이하의 오염물질이다. 미세먼지보다 4배 이상 작은 입자다. 이 때문에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곧장 폐로 흡수된다.

중국의 재난 콘트롤 타워인 감재위(減災委)는 2014년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해악을 ‘2013년 재해진행보고서’에 처음 포함시켰다. 시진핑 주석도 그해 2월 베이징을 시찰하는 자리에서 “초미세먼지를 줄여 공기 질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이때부터 석탄사용, 자동차 매연 등에 대한 각종 규제 조치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각 성 정부는 그 심각성을 절감하지 못했다.

마침내 2016년 12월 들어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자 사상 최장, 최악의 무매가 밀려왔다. 대부분의 도시에서 최악의 초미세먼지가 나흘 이상 지속됐다. 19일의 경우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톈진·허베이·산시(山西)·산시(陝西)·허난 등 11개 성과 직할시가 동시에 무매에 파묻혔다.

결국 2017년 4월 리커창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한 정부공작보고를 통해 “푸른 하늘 보위전(保衛戰)을 전개하겠다”고 천명해야 했다.

우리도 매일 초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올 11월 평균 초미세먼지가 사상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 발생지라고 중국을 비난하고 책임만 물어서는 답이 없다. ▶공동 환경조사 ▶오염에 대한 노하우 교환 등의 방법으로 일단 중국 환경 당국과의 접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중국도 팔짱만 끼고 있을 처지는 아니다. 화답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이미 베이징과 마주 앉아 그 첫 물꼬를 텄다. 정부가 이어 가길 촉구한다.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겸임교수 겸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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