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목자 귀국 앞두고 강경 일색 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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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월 춘투설 대응 주장>
○…문익환씨 입북을 계기로 이미 전민련 등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민정당은 문씨의 귀국이 임박하자 비난의 톤을 높이고 중집위를 열어 운동권의「노-학투쟁」대책을 논의하는 등 강경 기류 일색.
박준규 대표는 4일『문 목사의 행동을 보면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라며『그가 북의 고려 연방제를 찬성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는데 그렇다면 자기 식의 연방제라도 있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이종찬 총장은『문씨는 이제 비로소 조선인민 민주주의 공화국 국민이 된 것 같다』고 했는데 『이재오·고은씨 등을 잡아넣는 것이 5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엔 묵묵부답.
중집위에서 위원들은 문씨의 북한내 행적을 성토하면서『차제에 재야의 5월 춘투설 등에 대해서도 사전에 철저한 대응을 해야한다』고 주장.
한편 김윤환 총무는『지금은 내각제를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고 발뺌하고 나섬으로써 최근 며칠간 뜻밖의 새 쟁점으로 돌출됐던 내각제 개헌론을 일단 냉각시키려는 태도.

<민주가 극우와 "야합">
○…평민당은 김대중 총재의 중평연기·내각제 발언 등에 대해 민주당이 민정·평민「밀약」설의 반증이라고 비판한데 대해 민정내 극우와 민주당이 야합한 흑색선전이라고 역공.
4일의 당무지도 합동 회의에서 김원기 총무는『민정당내 극우 세력만이 신임 연계 중간평가를 주장했었는데 민주당이 그것을 반대해 오다가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꿔 신임연계를 주장하고 나온 것은 야합을 했다는 증거』라고 주장.
김봉호 정책위 의장은『민주당이 밀약 운운하는데 그런 것을 일삼는 사람의 눈에만 그런 것이 보이는 것』이라고 비난.
그러나 민정당의 신임 연계 중평 실시론이 압도적이었을 뿐 아니라 민주당의 돌변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이같은 야합설은 무리라는 것이 민주당 측의 주장.

<내각제에 적극적 반응>
○…내각제 문제에 대해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3일『기자가 물어서 그렇게 답했다』며 한발 빠진 반면 중요 당직자들이 일제히 내각제 지지발언을 하면서 내각제를 반대하는 민주당을「김대중 병 환자」로 비난하고 나서 주목.
최영근 부총재·이재근 사무총장·김봉호 정책위 의장 등은 이날 당내 모종 회의에서 내각제 지지발언을 강하게 한 것으로 알러졌고 김원기 총무도 원내총무라는 직책 때문에 내놓고 얘기는 안하고 있으나 내각제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이라는 후문.
다만 부총재급 중 손주항 부총재만『정도를 걸어야된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가 전언.
한편 김 총재는 3일 자신의 내각제 발언은 기자의 질문에 원론적으로 답한 것이라고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당 총재단 회의에서 현실상황 등을 거론하며 내각제 발언의 진의를 설명해주었다는 후문이어서 김 총재 의중이 내각제로 선회하고 있음을 확인.

<급진적 정책이 화 자초>
○…김종필 공화당 총재는4일 기자 간담회에서『문익환씨는 이제 정치에 물이 들어도 진하게 든 사람이라서 목사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비판.
그러면서도 김 총재는『그동안 정부의 통일정책이 국민이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급진적으로 나간 것이 오늘의 혼란을 부른 원인』이라며『문씨같은 돌출분자가 나온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부연.
김 총재는『우리가 벌거벗으면 상대방도 벌거벗고 나올 것이라는 것은 환상이며 저쪽은 오히려 몽둥이를 들고 나왔고 북은 사람과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고 단언.
그는 또 전민련 수색과 고은씨 등의 구속에 대해서『상당한 근거가 있어서인지 문씨 귀국에 대비한 예비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다』며 논평을 보류.

<노무현 의원에 김 의장 면접시험식견 질문>이유 따지자 잠시 어색
○…사퇴 철회를 밝히기 위해 국회의장실에 온 민주당 노무현 의원과 김재순 의장의 면담은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였으나 김 의장이 뭔가를 「짚고 넘어가겠다」는 듯 노 의원에 대해「면접시험」을 치르는 바람에 잠시 어색한 장면이 연출.
김 의장은 이날 인사치레와 함께 미리 준비한 듯이 보이는 질문서를 들고 공무임을 전제, 여 의원의 의회 민주주의 및 대중 투쟁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을 요구.
이에 동석했던 최형우 민주당 총무가『사표철회 처리만 하면 됐지 무슨 시험을 치르는 것』이냐며 상기된 표정으로 항의를 했으나 김 의장은『국회를 대표하는 입장』이라며 노 의원의 답변을 계속 요구.
이들의 승강이는 노 의원이 자신의 입장을 공손히(?) 밝힘으로써 마무리지었는데 김 의장도 마무리 인사를 하면서『다른 의원들에게도 사과를 해야할 것』이라고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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