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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삼성바이오 압수수색…수사 착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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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13일 인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13일 인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뉴스1]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 회계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검찰이 13일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7월 검찰이 금융위원회로부터 관련 고발을 받은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가총액 5위(약 27조1000억원) 기업이다.

증선위 분식회계 의혹 고발 따라 #150명 규모 검사·수사관 투입 #윤석열 지검장, 특검때 삼성 수사 #삼성바이오 “적법하게 회계 처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날 오후 4시께부터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과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40%)인 삼성물산, 안진회계법인·삼정회계법인 등 회계법인 4곳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약 150명에 달하는 검사·수사관을 투입해 회계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위반했는지를 수사할 계획이다. 13일에 이어 14일에도 검찰은 삼성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어갈 예정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삼성전자 압수수색 때처럼 디지털포렌식 과정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압수수색이 하루에 끝나지 않고 며칠간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달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결론 내리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증선위는 4달 전인 올 7월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콜옵션(주가 하락 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 관련 공시 누락에 대해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회계법인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잇단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해당 사건을 배당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시위반 사건은 거래소가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하지만, 삼성바이오 사건은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배당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이른바 ‘포괄적 승계’ 여부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 수사팀이 삼성전자의 대주주로 실질적 지주 회사인 삼성물산까지 압수수색한 점을 볼 때 분식회계와 합병 사이 불법 정황을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 등 지휘부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 시절부터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을 수사한 바 있다. 2년 전 박영수 특검팀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 가치가 부풀려졌다고 판단했다. 두 회사 간 합병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제일모직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40%) 가치를 가장 낙관적으로 평가한 사실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 당시 특검팀 논리다.

이뿐 아니라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 1·3·4부 소속 검사 약 60명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 사건 수사에 투입됐지만, 특수2부만큼은 같은 수사에 뛰어들지 않았다.

대대적인 압수수색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침묵을 지켰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별도로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을 통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계처리를 했음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달 말 회사 홈페이지에 “일련의 사태로 주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사과드린다”면서도 “회사는 모든 회계처리를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했으며 증선위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김영민·강기헌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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