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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왼편엔 ‘고성능 차’ 비어만, 오른편엔 ‘미래 기술’ 지영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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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몽구 회장 시대의 핵심이 물러난 자리는 자연스레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의 ‘키맨’이 채우게 된다. 이들은 현대차가 고속 성장하던 시기에 회사를 이끈 앞선 세대 경영진과 다른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 판매 부진 극복, 품질 관련 신뢰 회복, 미래차 기술 개발 등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복잡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슈라이어·동커볼케·쉬미에라 #외국인 임원들도 핵심 보직에 #전문성·기술력·혁신성에 방점 #검증된 인사들로 최전선 진용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자신이 직접 전문성과 기술력, 혁신 마인드를 검증하고 중용해 온 인사를 경영 최전선에 배치하며 이들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표적인 인물은 외국인 임원 최초로 연구개발본부장에 선임된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다.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을 총지휘한다. BMW에서 2014년 현대차에 영입됐다. 현대차에서도 정 수석부회장이 공을 들인 고성능차 브랜드 ‘N’을 출시했고, 제네시스의 G70 개발도 이끌었다. 고성능차에 대한 정 수석부회장의 욕심이 큰 만큼 그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게 회사 안팎의 전망이다.

비어만 사장을 비롯한 외국인 임원은 대부분 정 수석부회장의 측근이자 키맨으로 분류된다. 비어만 사장에 앞서 사상 처음 외국인 사장이 된 기아차 디자인총괄 담당 피터 슈라이어 사장, 현대·기아차 디자인 최고책임자인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제네시스 사업부를 이끄는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부사장, 상품전략본부장인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 등이다.

이들은 모두 경쟁사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으며 이미 실력이 검증된 상태로 현대차에 합류했으며, 정 수석부회장이 주도한 최근 인사에서 대부분 승진하거나 핵심 보직에 배치됐다.

현대차 그룹은 이날 “실력 위주의 글로벌 핵심 인재 중용을 통한 미래 핵심 경쟁력 강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며 “최근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과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긴 것도 이런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장 승진자인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 역시 외부에서 실력이 검증된 미래 기술 전문가다. 브라운대 기계공학 학사·석사를 거치고 응용수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그는 이후 엑센츄어·맥킨지·AT&T 벨 연구소 등에 근무했다. 그리고 현대차 합류 전엔 삼성전자에서 기획팀장(부사장)을 맡았다. 현대차 내부에서 경력을 쌓고 ‘라인’을 만들며 올라간 게 아니라 생각이나 업무 추진에 있어 거침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그가 이끄는 전략기술본부는 정 수석부회장 체제의 핵심 조직으로 꼽힌다. 정 수석부회장이 수차례 강조해 온 ‘열린 회사’를 만들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구축을 통한 혁신 기업과의 협업, 인재 영입 등을 수행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 사업 분야도 개척하고 있다.

한편 대외협력·홍보 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도 정 수석부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이번 인사의 키맨 중 하나로 꼽힌다. 기자 출신인 공 사장은 기존 그룹 홍보실장 역할에 더해 대외협력 업무도 모두 책임지게 됐다.

이외에 이번 인사 대상은 아니었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들도 향후 ‘정의선 시대’에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 기술 전문가인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 이진우 상무, 현대차 스타일링 담당 이상엽 상무 등을 영입했다.

반면 그룹의 핵심인 전략·재무 등 분야에는 아직 정 수석부회장의 사람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이 많지 않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분석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대학 동기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봉재 상무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중책을 맡거나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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