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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김제동'이 부른 KBS수신료 논란 "왜 강제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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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수신료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방송법 제64조는 ‘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신료는 1963년 100원으로 출발해 1981년 2500원으로 인상된 뒤 현재까지 같은 금액이다. 1994년부터는 전기요금과 함께 걷는 통합 징수 정책에 따라 한국전력공사가 수납을 대행한다.

논란의 발화점은 지난 4일 ‘오늘밤 김제동’이 방송한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의 김수근 단장 인터뷰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을 환영한다. 나는 공산당이 좋다”는 인터뷰 내용이 여과없이 나와 공정성 논쟁이 일었다. 야당은 “국민이 아니라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고 비난했고, KBS 공영노동조합도 “국가 기간방송이 어떻게 현행법에 반국가 단체로 규정된 북한의 김정은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을 그대로 방송하는가”라는 성명을 냈다.

KBS의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한 김수근 위인맞이환영단장이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질문에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도 20년 넘게 집권했는데 왜 세습이라고 비판하지 않느냐"며 반문하고 있다. [사진 KBS]

KBS의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한 김수근 위인맞이환영단장이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질문에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도 20년 넘게 집권했는데 왜 세습이라고 비판하지 않느냐"며 반문하고 있다. [사진 KBS]

그러다 지금은 수신료 논쟁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온라인에선 “편파방송 하는 KBS를 시청하지 않는데 왜 수신료를 강제로 내야 하냐”는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수신료 관련 청원이 300건 넘게 올라와있다. 특히 전기료와 수신료를 통합 징수하는 데 대한 불만이 컸다. 수신료 환불민원도 2016년 1만5746건에서 지난해 2만246건으로 늘었다. 올해만 해도 9월까지 2만5964건에 달했다.

정치권에서도 수신료 ‘통합 징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시청을 원하지 않는데도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합산 징수토록 한 방송법 시행령 규정은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 소비자 선택권 침해로 위헌이다. 즉각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도 최근 국회에서 열린 지상파 중간광고 관련 토론회에서 “수신료를 전기료에 얹어 강제징수하지 못하게끔 전기료와 수신료를 분리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 [중앙포토]

박주민 의원 [중앙포토]

이미 제출된 법안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대선 직전인 지난해 4월 한국전력공사가 KBS 수신료를 통합 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수신료를 전기사용료에 병합 징수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이에게까지 수신료를 강제 징수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건물에 대한민국법원을 상징하는 로고가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건물에 대한민국법원을 상징하는 로고가 붙어 있다. [뉴스1]

법원은 수신료 통합징수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시민단체가 제기한 ‘수신료 분리고지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우리 법이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으로 보고 있어 개별 시청자들에게 수신료 납부를 저항해 KBS의 정치적 편향성을 극복할 권리가 보장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시민단체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서울고법도 항소를 기각했다.

KBS는 통합 징수를 통해 경영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KBS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신료 ‘통합징수’를 통해 52.6%(1993년)던 수신료 수납률은 99.9%(2016년)로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케이블TV나 IPTV로 시청하는 가구가 크게 늘었는데 이들 입장에선 시청료외에 수신료를 또 내는 건 이중납부라는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국회 관계자는 “정치편향 논란은 별도로 하더라도 50여년전에 만들어진 수신료 규정이 최근 기술발전의 흐름에 뒤처진 측면이 있는게 사실이다. 보완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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