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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특허」 선진국 넘본다. 「제2세대 항생제」개발로 자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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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물질 특허제도의 조기 도입은 외국제품의 모방에 주로 의존해온 우리 산업계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런 변화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물질특허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은 우리 스스로 신물질을 창조해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국화학 연구소 김완주 박사(47·유기제 2연구부장)팀의 세계 최초 제2세대 퀴놀론계 항생제 개발 성공은 신물질 개발력 또는 물질 특허에 있어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였다는 의미에서 더욱 큰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5천∼1만개의 화합물을 합성해야 하나의 기업화가 가능한 신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1만개라면 1백명의 연구 인력이 3년반 동안 매일 실험해야하는 엄청난 작업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약이 개발되기까지 약10년이란 세월이 걸리며 여기에 투입되는 연구개발비도 5천만∼1억 달러로 제법 특허의 1백배나 소요된다.
물질특허란 일반적으로 화학적 방법에 의해 제조될 수 있는 물질의 발명에 대해 부여되는 특허로서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 모방 생산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보호장치라 할 수 있다.
물질 특허제 도입이후 국내의 연구개발 풍토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특허청의 송재근씨(유기화학 심사담당관)는 기업연구소가 크게 늘고 있다며 정밀화학공 업 분야만도 85년말의 55개사에서 지난 1월 현재 1백70개사로 늘었으며 신약개발 연구조합(18개사), 유전공학 연구조합(19개사), 신농약개발 연구조합(11개사) 등 연구조합을 결성해 공동 대처하는 기업도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질특허가 도입된 87년 7월 1일 이후 지난해 말까지 특허청에 출원된 물질특허는 모두 2천5백31건으로 유럽 쪽에서 출원한 것이 43.1%, 미국 27%, 일본 23.5%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은 87년 49건, 88년 85건 등 모두 1백34건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하고 있는데 신물질개발 기반이 취약한 우리 입장에서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라는 것. <표 참조>
내국인의 출원 건수를 보면 ▲한국화학연구소가 농약 16건, 제초제 4건, 항생제·고분자 각 3건 등 31건이며 ▲제일제당 22건 ▲과학기술원 18건 ▲럭키 12건 ▲코오롱 8건 ▲선경 6건 ▲유한양행 5건 ▲제일합섬 4건 ▲고려화학·이화산업 각 3건씩이며 전체적으로 의약품·농약·미생물·고분자 재료 등이 각 30여건씩 차지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소의 경우 생리활성 신물질의 합성과 약효 검정을 통해 20여개의 유망 신물질을 발견해 놓고 있으며 검색(스크리닝)기술·독성시험기술·필드테스트기술 등 기반기술을 확립시켜 나가고 있다.
제일제당·동아제약·녹십자·유한양행·제일약품·대웅제약·영진약품 등 제약회사는 고혈압 치료제·심장병 치료제·위궤양 치료제·항생제·항암제 개발에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다.
또 선경·코오롱·제일합섬·동양나일론·미원·쌍용양회·금호석유화학·경인양행 등에서는 각종 고분자재료·사진 감광제·염료화합물 등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물질 창출에는 많은 인력과 투자가 따르고 위험 부담도 크기 때문에 기업 자체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절실한 실정이라 하겠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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