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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탈선 열차 탈출한 건 승무원 아닌 군인 승객 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오전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탈선한 KTX열차에서 승객이 구조되고 있다. [독자 제공=뉴스1]

8일 오전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탈선한 KTX열차에서 승객이 구조되고 있다. [독자 제공=뉴스1]

8일 강릉역 출발 후 5분여 만에 탈선한 사고 열차의 승객이 코레일의 안이한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당시 3번 열차에 타고 있었던 승객 홍귀민씨는 8일 JTBC를 통해 “창문을 가릴 정도로 연기가 많이 올라오고,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엉덩이 쪽이 튕겼다. 비명도 들려서 너무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홍씨는 “일단 멈춰선 후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뒤죽박죽 섞여서 나가는데 군인분들이 문을 열어주셨다. 군인 한 분은 먼저 내려가서 승객들 손을 일일이 다 잡아줬다. 그래서 탈출했다”고 말했다. 코레일 직원들이 아닌 우연히 같은 열차에 탄 군인 승객 도움으로 탈출한 것이다.

이어 “열차 밖에서 30분 정도 서 있었다. 경찰은 상황 파악 중이고, 소방구급대원들이 ‘피 나거나 부러진 분들 있으면 얘기하라’며 부상자 먼저 대처해줬다”며 “코레일 직원은 여성 승무원 한 분 본 것 같은데, 그분밖에 없었다. 밖에서 오래 떨었다”고 덧붙였다.

8일 사고가 난 열차에 탄 승객에 따르면 코레일 승무원이 아닌 군인 승객이 탈출을 도왔다. [사진 JTBC 뉴스룸]

8일 사고가 난 열차에 탄 승객에 따르면 코레일 승무원이 아닌 군인 승객이 탈출을 도왔다. [사진 JTBC 뉴스룸]

홍씨는 특히 사고 이후 코레일 승무원들이 대피장소나 향후 차량 운영 계획 등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며 “코레일 쪽에서 한 건 없다. 소방관들이 다 해주셨고, 군인들이 인솔해줬다”고 강조했다.

친구들과 모임을 위해 상경 중이었던 최모씨 역시 “열차가 멈춰선 후에도 현장에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길래 당시 같이 탑승했던 군인분들 주도 아래 승객들이 스스로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사고는 이번 겨울 들어 최강한파가 몰아친 오전 7시 35분쯤 강원 강릉시 운산동 일대 강릉선 KTX 철도에서 발생했다. 당시 198명이 탑승한 서울행 KTX 열차는 선로에서 미끄러지면서 열차 10량 대부분 탈선했고, 기관차 등 앞 2량은 90도가량 T자 형태로 꺾였다. 선로는 뜯겨나갔고, 14명이 부상을 당했다.

9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전날 현장에 파견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들이 육안으로 사고지점을 둘러본 결과 남강릉분기점의 신호제어시스템 오류가 원인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신호 시스템 오류와 관련해 일부 철도업계 관계자들은 개통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KTX 강릉선의 유지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애초에 부실시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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