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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역 사망자, 차 세우고 뒷자리로 피하다 숨진 듯”

중앙일보

입력

4일 오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 소방관들이 함몰된 도로에 추락한 차량을 견인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 소방관들이 함몰된 도로에 추락한 차량을 견인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한국지역난방공사 열 수송관 파열 사고로 숨진 사망자는 배관 폭발 지점 근처에서 증기를 보고 차량을 정차한 상태에서 고온·고압의 물기둥에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5일 피해 차량의 블랙박스를 조사한 경찰에 따르면 숨진 손모(69)씨는 4일 오후 백석역 근처에서 결혼을 앞둔 딸·예비사위와 식사를 마치고 오후 8시30분쯤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귀가하던 손씨의 차량은 백석역 인근 한 도로를 지나다 희뿌연 증기를 보고 멈춰섰다. 순간적으로 손씨의 비명이 들리면서 앞 유리창이 깨지고 블랙박스 녹화도 함께 끊겼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증기에 앞이 잘 안 보여 차를 세운 사이 배관이 터져 사방으로 치솟은 물줄기가 차량을 덮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방으로 치솟은 물줄기는 차량의 창문을 모두 깰 정도로 충격이 컸다.

손씨가 타고 있던 차량은 사고 이후 2시간여 만에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 안에 물은 다 빠져 있었으며 앞 유리창이 일부 깨진 상태였다. 손씨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차량 앞 좌석과 뒷좌석 중간에서 숨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배관이 터진 지점 근처에서 피해자 차량이 발견된 점, 앞 유리가 깨진 점 등으로 추정할 때 순간적으로 치솟은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중화상을 입고 고립된 피해자가 뒷좌석으로 탈출하려다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화상 외에 외상은 없지만,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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