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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에 밀려, 일자리 잃는 한국 가장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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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보기술(IT)의 발달이 ‘가장’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4일 발표한 ‘경제활동참가율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핵심 노동연령층인 30~54세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1996년 95.9%에서 올해 9월 현재 93.1%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30~54세 남성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단순 사무·기능직 업무 감소 때문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선 노동 공급이 가장 활발하고 생산성이 높은 핵심 노동연령층으로 25~54세를 꼽는다. 하지만 보고서 저자들은 군대와 높은 대학 진학률 등으로 30세 이후에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 30~54세를 핵심 노동연령층으로 설정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의 박용민 과장은 이 구간 남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떨어지는 이유로 ‘기술 진보에 따른 일자리 양극화’를 꼽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한 업무의 사무직, 기능원 등 중숙련 일자리가 로봇, 공장 자동화 등 IT 기술로 대체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실제 중숙련 일자리 비중은 1994년 60%에서 지난해 55.5%로 쪼그라들었다. 보고서는 “그 대신 낮은 임금의 저숙련 일자리와 관리자급 이상의 고숙력 근로자 수요가 늘면서 일자리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0~54세 남성은 가계의 주된 소득원이라 이들의 노동 시장 이탈이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과장은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해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추가로 하락한다면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인구 고령화로 경제활동 참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도 출산·육아 등에 따른 경력단절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30~54세 남성은 가계의 주요 소득원이기 때문에 이들의 소득 감소는 소비 둔화로 이어져 경기 침체 장기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대로라면 청년, 중·장년층, 노인 할 것 없이 모든 계층의 일자리가 줄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고용과 투자 확대에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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