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위원회 이용희 위원장(왼쪽에서 둘째)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비대위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채정 의원, 이 위원장, 김덕규 의원, 김한길 원내대표, 문희상 의원. 강정현 기자
핵심 측근에 따르면 김 전 위원은 온종일 '책임감'이란 단어를 놓고 씨름했다고 한다. 그 측근은 "김 전 위원이 다시 일어나 국민 곁으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버림받을 것인가란 갈림길에 서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국민 곁으로 가는 해법을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을 것"이라고 했다.
비상대책위는 당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의 권한을 모두 이양받았고 비대위원 수도 대규모인 15명(비상대책위원) 선으로 꾸리기로 8일 비대위 인선위원회(위원장 이용희 의원)에서 가닥을 잡았다. 활동 기간은 내년 2월 전당대회 전까지다. 인선위는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 비대위원장 인선 등을 결론 지을 예정이다. 외양상으론 그가 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비대위 위원을 구성하는 문제부터 난제다. "계파 안배를 해야 한다" "선수(選數)와 지역이 고려돼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김 최고위원 측의 한 의원은 "비대위원장을 맡으라며 비대위원 인선권을 주지 않는 것부터 앞길이 험난함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했다. 비대위원은 '비대위 인선위'에서 뽑는다.
체제 정비의 고비를 넘기더라도 당내의 정책과 노선을 둘러싼 해묵은 '실용.개혁 논쟁'도 끝장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당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거기다 민주당,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를 비롯한 정계개편의 회오리 속에서 몰려올 파도도 견뎌내야 한다. 그는 2월 당 의장 후보로 나서 "당을 위기에서 구하는 일은 김근태만이 해낼 수 있다"고 외치곤 했다. 시기는 늦춰졌지만 그는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의 시선이 그에게 쏠려 있다.
신용호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