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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15년간 과거만큼 수익 못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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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골드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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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산운용사 JP모건자산운용은 매년 ‘장기 자본시장 전망(Long-Term Capital Market Assumptions)’ 보고서를 낸다. 당장 내년이 아닌 앞으로 10~15년간 자산시장이 어떻게 움직일까를 예측한 내용이 담긴다. 지난 23년 동안 매해 쉬지 않고 발간됐다. 보고서는 세계 자산운용사 중 7위 규모인 JP모건자산운용이 1조7000억 달러(지난해 기준, 약 1890조원) 자산을 어디에 얼마만큼 배분할지 정할 때 기준점이 된다.

골드펠드 JP모건 총괄 장기전망 #미국 경기 2020~2021년께 고비 #채권 투자가 주식보다 바람직 #2~3년간은 안정적 투자처 될 것

‘2019년 장기 자본시장 전망’ 발간에 맞춰 레온 골드펠드(사진) JP모건자산운용 자산배분 총괄이 방한했다. 고객인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국내 ‘큰손’에게 장기 자본시장 전망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골드펠드 총괄을 지난달 30일 인터뷰했다. 그는 “앞으로 10~15년간은 과거와 같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부동산·사모펀드·인프라) 모두 이전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그렇게 전망한 근거는 무엇인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구조적 요인이다.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개발도상국 인구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경제 성장률도 자연스럽게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문제와 맞물려 기업 투자가 둔화하면서 생산성과 실적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 발전은 여전히 밝게 보고 있지만, 그 외 분야의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주식·채권 등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고평가 문제다. 미국 증시를 기준으로 기업의 주식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매겨져 있다. 미국 기업의 실적이나 이익률을 봤을 때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기대 수익률은 보통 연 7.5~7.75%로 보고 있는데, 이런 고평가 문제로 이전과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 투자업계에선 신흥국이 아닌 미국 증시에 투자하라고 최근 조언하고 있다.
“이전보다 기대 수익률이 낮다는 건 미국 주식시장에 한정해서 한 말이다. 신흥국 시장은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흥국 증시는 현재 미국 증시와 반대로 주식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신흥국 증시에 투자해야 할 시점인가.
“신흥국 증시가 미국 증시 대비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3~6개월 안에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주가가 오를 경우 ‘사는 것보다 파는 게 낫다’란 판단이 든다. 미국 경기를 중심으로 한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고 신흥국도 여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는 지금 어느 지점에 와있다고 보나.
“미국 경기 회복 주기를 따졌을 때 끝은 아니지만, 후반기에 와있다고 본다. 후반기를 2~4년이라고 봤을 때 이 중에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지금 국면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실제 경제지표가 둔화하기 전에 시장에선 매도(Sell off)가 선행된다. 2020~2021년이면 경기 둔화 위험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관측한다. 촉진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다.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10~15년을 전망했지만 당장 6~12개월 후도 투자자에겐 중요하다. 어떻게 예상하나.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최근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발언을 하긴 했지만, 정책금리 연 3~3.5%를 향해가는 기조에 변화를 주진 않을 거다. 응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경계와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1~2년 동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다.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다. 높은 수익보다는 위험 관리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2~3년간 주식보다는 고평가 위험이 덜한 채권이 그나마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거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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