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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 350주년 국제학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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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서기였던 헨드릭 하멜(1630~1692)의 한반도 표류 3백5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주제는 ‘하멜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17세기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던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당시 국제 교역관계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네덜란드 국가 자체가 중심이 돼 세계 무역창구로 세운 ‘동인도회사’와의 교역을 통해 일본은 근대화의 문을 일찍 열었던 반면 조선은 그렇지 못했던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학술대회는 17세기 세계 무역 관계 속에서 하멜과 『하멜 표류기』가 차지하는 위치를 조명하며, 나아가 조선의 근대화가 늦어진 원인까지 진단해 볼 예정이다.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소장 유홍준 교수) 주최로 9월 26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명지빌딩 20층(명지학원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고병익(78) 전 서울대총장이 오랜만에 논문을 발표하며 기조강연을 해 눈길을 끈다.

고 전 총장은 '조선왕국 기행서(紀行書)-하멜과 오페르트를 대조하며'라는 글을 통해 "조선왕조에 관한 외국인의 글은 극히 희소해, 고려시대 서긍(徐兢)의 '고려도경(高麗圖經)'이나 손목(孫穆)의 '계림유사(鷄林類事)'에 버금가는 기행도 없었다"면서 하멜과 오페르트가 남긴 글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했다. 나아가 고 전 총장은 "오페르트의 글이 조선에 대한 침략적 의도로 인해 편향성과 오류를 지니고 있는 반면 하멜의 경우는 비교적 객관적이고 정확해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되는 발표는 신동규(강원대) 교수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조선무역 계획과 조.일 근대화 계획'이란 글과 일본 대동문화대학의 이쿠타 시게루(生田 滋) 교수의 '동인도회사의 아시아 무역 진출'이란 글이다.

신 교수는 "1609년에 일본과 교역을 시작한 네덜란드는 이듬해인 1610년에 조선과의 무역을 계획하고 'COREA호'라는 상선(商船)까지 준비해 추진하다 1670년에 가서 교역 의사를 철회하게 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신 교수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당시 동아시아 무역에서 일본을 더 중요시했기에 조선과의 무역을 철회한 것이긴 하지만, 조선의 근대화 문제를 생갈할 때 여러가지 아쉬움과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쿠타 교수는 일본 학계에서 일찍부터 네덜란드와 하멜에 주목해 1960년대에 '하멜 표류기'의 네덜란드어판을 번역한 학자다.

배영대 기자

<사진 설명 전문>
1650년경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도. 고베(神戶) 시립박물관 소장. 한국을 ‘CORAI’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을 통해 한국의 정보가 유입되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고려(高麗)는 일본어 발음으로 '코라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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