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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가메즈가 달라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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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4년 만에 한국 무대에 돌아온 콜롬비아 출신 공격수 아가메즈.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하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신영철 감독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며 다혈질인 아가메즈를 길들였다. 신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아가메즈(오른쪽). [사진 KOVO]

4년 만에 한국 무대에 돌아온 콜롬비아 출신 공격수 아가메즈.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하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신영철 감독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며 다혈질인 아가메즈를 길들였다. 신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아가메즈(오른쪽). [사진 KOVO]

프로배구 우리카드가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리버만 아가메즈(33·콜롬비아)의 활약 덕분이다. 득점 1위를 질주하는 아가메즈의 맹활약 뒤엔 ‘호랑이 조련사’ 신영철(54) 감독이 있다.

프로배구 득점 1위 외국인 공격수 #다혈질 성격 탓에 동료와 마찰도 #신영철 감독, 당근과 채찍으로 지도 #우리카드, 10년 만에 봄배구 희망

우리카드는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22, 25-23, 16-25, 25-21)로 이겼다. 개막 이후 4연패에 빠졌던 우리카드는 최근 9경기에서 7승2패를 거뒀다. 4위 우리카드(7승6패·승점 22)와 3위 OK저축은행(8승4패·승점 24)의 승점 차는 2점에 불과하다. 프로배구 남자부는 3위까지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데 3, 4위간 승점 차가 2점 이내면 단판 준플레이오프(3~4위 대결)를 통해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가린다. 2008년 창단한 우리카드로선 10시즌 만에 ‘봄 배구’ 희망이 생겼다.

아들과 있을 땐 환한 미소를 짓는 아가메즈.

아들과 있을 땐 환한 미소를 짓는 아가메즈.

우리카드는 시즌 초 트레이드로 노재욱과 윤봉우를 영입한 뒤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우리카드의 에이스는 역시 외국인 공격수 아가메즈다. 아가메즈는 2일 현재 405점으로 득점 1위다. 2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도 블로킹 2개, 서브 득점 2개 포함, 팀 내 최다인 24점을 올렸다. 외국인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오픈 공격이다. 오픈 공격은 리시브가 되지 않았을 때 2~3명의 블로킹을 앞에 두고 시도하는 어려운 공격이다. 아가메즈는 오픈 공격 성공률도 54.89%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아가메즈가 한국에 온 건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3~14, 14~15시즌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그는 지난 9월부터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키 2m7㎝의 라이트 공격수인 아가메즈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스타였다. 아가메즈를 지도했던 김호철 전 현대캐피탈 감독은 “아가메즈는 세계 3대 공격수”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아가메즈는 2013~14시즌 득점 2위(940점)에 올랐고,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엔 부상 탓에 제대로 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아가메즈

아가메즈

당시엔 외국인 선수 몸값 제한이 없어 아가메즈는 연봉 120만 달러(약 13억원)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턴 연봉 상한제(30만 달러)가 생겼다. 연봉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아가메즈는 “한국 팬과 한국 음식이 그리웠다”며 한국 복귀를 선언했다. 트라이아웃 1순위 지명권을 얻은 우리카드가 아가메즈를 지명한 것도 당연했다. 변우덕 우리카드 사무국장은 “걱정되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기량이 뛰어나 무조건 아가메즈를 지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우리카드가 고민한 건 그의 괄괄한 성격이다. 아가메즈는 남미 출신답게 화끈하고 다혈질이다. 현대캐피탈을 떠날 때는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해 미안하다”며 남은 연봉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코트에서 감정이 폭발할 때가 종종 있었다. 다른 팀 외국인 선수와 신경전을 벌였고, 팀 동료들의 실수를 지적하기도 했다. 아가메즈 자신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다. 그는 개막 전 “예전에 코트에서 자주 화를 냈던 걸 반성한다. 더 좋은 사람이 돼 한국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물론 성격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았다. 아가메즈는 시즌 초반 팀이 부진하자 동료들에게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다. 아가메즈의 그런 성격을 잘 아는 신영철 감독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신 감독은 “아가메즈는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성향도 달라서 표출 방식이 다른 것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존중해 줘야 한다”고 했다. 아가메즈는 개막 전 연습경기에서 대한항공에 지자 선수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구단 사무국은 가족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육아와 생활 측면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면 곧바로 경고가 날아간다. 아가메즈는 득점한 뒤 신 감독에게 다가와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하이파이브의 강도가 날로 세졌다. 신 감독은 단호하게 “너 옐로카드야”라고 말했다. 이후 하이파이브 세기가 약해졌다. 훈련 도중 ‘힘들다’는 투정을 부리면 신 감독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엄하게 꾸짖었다. 아가메즈는 외국인 코치 네멕 마틴과 함께 조용히 연습을 시작했고, 신 감독도 모른 척 이를 받아들였다. 변우덕 사무국장은 “감독님이 선수들의 부드럽게 대할 때도 있고, 엄하게 다스릴 때도 있다. 아가메즈를 단호하게 다스린 뒤 사비를 들여 자개장을 선물하며 마음을 풀어준 적도 있다”고 전했다.

아가메즈는 …

생년월일: 1985년 2월 15일
체격: 키 2m7㎝, 몸무게 96㎏
포지션: 라이트 공격수
V리그 경력: 2013~14, 14~15 현대캐피탈
2018~19 우리카드
수상: 2009년 유럽배구연맹(CEV)컵 MVP, 득점상
2011년 터키리그 MVP
2013년 터키리그 MVP, 득점상
2017년 그리스 컵대회 MVP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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