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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일자리자금 절반이나 남았는데, 내년 또 3조 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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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시행 1년도 안 된 일자리 안정자금이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고용주 최저임금 부담 덜기 목적 #집행률 56% … 호응 낮자 대상 확대 #시장왜곡 심해져 … 출구전략 짜야

올해 1월 시행한 일자리 안정자금은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평균 임금 190만원 미만인 근로자를 고용한 고용주에게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6.4%)에 따른 고용주의 부담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도입했다.

고용주들이 적극적으로 신청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참에 직원 수를 줄이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경우도 있고, 지원금을 받으려면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니 그 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한 자영업자도 많다. 그러다 보니 11월15일까지 예산 집행률은 55.9%에 불과하다.

별 호응을 얻지 못하자 정부는 올해 세 차례나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직종을 단순노무종사자 등으로 확대하고, 만 60세 이상 고령자를 고용했거나 고용위기지역·산업위기대응지역인 경우는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지원이 가능케 했다.

그러나 이는 제도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근로자가 아닌 고용주의 임금 지급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고령자를 많이 고용했다고 해서, 고용위기지역에 속했다고 해서 고용주의 임금 지급 부담이 크다고 볼 근거는 없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령자와 실직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면 보조금이나 근로장려세제(EITC) 등을 통해 직접 지원하는 게 맞다”며 “집행률 제고에 사활을 걸면서 자금 여유가 있는 사업주까지 지원하게 돼 예산을 낭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자체를 과도하게 추계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와 내년 예산의 총액은 거의 비슷하지만, 산출근거는 달라졌다. 올해는 최저임금 미만자(8.6%)도 포함했지만, 내년에는 제외했다. 1인당 지원 기간도 올해 12개월에서 10개월로 바꿨다.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고용주에게까지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아들였고, 영세업체 특성상 이직이 잦아 12개월 모두 지원받는 경우가 드문 상황 등을 반영했다.

올해 예산 편성할 때 이렇게 계산했으면 약 6976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는 게 추 의원의 분석이다. 그런데 총예산은 올해와 거의 같다. 월 지원단가를 월 최대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여야가 지난해 예산안 통과 때 ‘2019년 이후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편성한다’고 합의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사실상 약 3조 원까지는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야당은 예산 삭감을 주장한다. 하지만 스스로 명분을 준데다 ‘기왕 주고 있는 돈을 야당이 깎았다’는 여론이 부담스럽다. 3조 원짜리 예산안이 또 유야무야 통과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안정자금은 여도 야도 손을 못 대는 상황이 됐는데 내버려 두면 시장 왜곡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고 언제까지 지원할지 시점을 못 박는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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