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랩」 유해론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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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식품 포장재 「랩」에 대한 시험 결과를 놓고 한 소비자 단체와 학자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고영수 교수 (한양대·식품 영양학)가 16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랩 분쟁과 올바른 소비자 교육」을 주제로 한 세미나.
고 교수는 유니랩·싱싱랩·크린랩 등 국내 3개 랩과 미국 3개 랩·일본 3개 랩 등 총 9종의 성분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PE 랩의 경우 국내 것은 발암성 물질인 DLTP, 미국·일본 제품은 일가녹스라는 산화방지제를 첨가제로 사용하고 있으나 유해 성분이 용출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국내 시판 3개 랩 모두 국내 식품 위생법과 외국 보건 당국이 정한 허용치보다 훨씬 낮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고 교수는 이와 함께 지난달 20일 한국 부인회가 네덜란드 국가 시험 기관인 CIVO에서의 시험 결과 발표를 겨냥, 『왜곡된 보도가 소비자들에게 국산 랩에 불신감을 안겨주었다』면서 비록 외국 기관의 검사 발표라도 보사부 심의 위원들을 거쳐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세미나장에 있던 한국 부인회 측 참가자들은 이에 발끈, 고 교수에게 ▲시험 기관을 밝혀 줄 것 ▲DLTP가 들어있다면 그 함량 비율을 제시할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회를 보던 김재옥씨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도 발표자에게 『소비자 단체의 공표권을 제한하라는 식의 발언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등 참가자들과 발표자간에 승강이가 계속돼 세미나는 예정보다 2시간여를 더 넘기고서야 간신히 끝났다.
한국 부인회 측은 CIVO에서의 시험 분석 당시 잔류 비닐 모노머 양과 DOA·DOP만을 조사한 것은 국내 학자들이 산화 방지제가 문제된다는 얘기를 하지 않은 때문이라고 해명.
박금순 한국 부인 회장은 『고 교수가 여협 소비자 분과 위원장이므로 여협에 공문을 보내 고 교수가 정식으로 사과하도록 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불길은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
이를 지켜본 소비자 운동 관계자들은 ▲산화방지제를 시험 항목에 넣지 않은 것 ▲시험 검사 기관명을 밝히지 않는 것 등 양측 모두 문제가 있다 면서도 『내용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업계간의 싸움이 소비자 운동 계로 옮겨온 꼴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공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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