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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열차 ‘서울↔신의주’ 이정표 달고 10년 만에 북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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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30일 북한 지역의 철도 현대화를 위한 경의선과 동해선 공동조사에 착수했다. 남북 철도 전문가들은 이날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18일 동안 경의선(개성~신의주, 400㎞) 구간과 동해선(금강산~두만강, 800㎞)을 열차에서 숙식을 하며 이동하는 방식으로, 북한 지역의 철로 상태와 통신, 전기계통 시설을 점검할 예정이다. 남북은 조사를 마친 뒤 조사결과를 토대로 향후 북한 지역 철도 현대화 범위와 계획을 검토하게 된다.

30일 북한 지역 철도 현지 조사를 위해 남북 철도 공동조사단원을 태운 열차(기관차 1량, 열차 6량)가 박순자 국회국토교통위원장(오른쪽), 조명균 통일부장관 등의 환송을 받으며 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0일 북한 지역 철도 현지 조사를 위해 남북 철도 공동조사단원을 태운 열차(기관차 1량, 열차 6량)가 박순자 국회국토교통위원장(오른쪽), 조명균 통일부장관 등의 환송을 받으며 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의선과 동해선 현대화를 통해 한국과 중국, 러시아를 잇는 교통로 확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핵심사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경의선의 경우 개성~신의주 구간에 대해서는 2007년 12월 일주일가량현지조사를 한 바 있다”며 “10년간 변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특히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구간에서 남측 철도차량이 운행하는 건 분단 이후 처음이다. 이날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경의선 조사를 마친 뒤 열차는 평양을 거쳐 강원 안변으로 이동해 동해선 조사에 착수한다. 개성~평양~신의주~평양~안변~두만강~고원~평양~개성을 운행하는 일정으로, 열차의 이동 거리만 2600㎞에 달한다.

조사열차 이동경로 [통일부]

조사열차 이동경로 [통일부]

이번 조사를 위해 남측 조사단 28명을 태운 열차는 이날 오전 6시 40분 서울역을 출발해 도라산역에서 환송행사를 한 뒤 북측 지역 첫 번째 역인 판문역으로 향했다. 남측 열차가 휴전선을 넘은 건 개성공단 원자재와 생산품 운반을 위해 잠시 운행했던 2008년 11월 이후 10년 만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환송 행사 축사에서 “앞으로 하나로 이어질 철길을 통해서 남북이 함께 번영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도 탄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미 교통교통부 장관도 “오늘의 출정식은 남북 공동번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섬처럼 갇혀있던 한반도 경제영토를 유라시아 대륙으로 확장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동안 북한 지역 머물며 경의선, 동해선 북한 철도 현지조사 #남측 조사단 28명 열차 6량 타고 29일 오전 휴전선 넘어

열차구성도

열차구성도

이날 북측으로 향한 열차는 기관차를 포함해 7량으로 ‘서울↔신의주’로 표시된 이정표를 부착하고 있었다. 이중 기관차는 판문역까지만 운행하고, 이후 북측 기관차가 남측 철도 차량 6량을 견인하는 방식으로 운행한다. 안병민 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측은 남측과 철도 신호와 통신이 달라 남측 기관차가 운행하기 쉽지 않다”며 “북측 철로 사정도 좋지 않은 상황으로 미뤄 북측 기관차가 운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 지역의 철도 조사를 위한 전문가 28명을 태우고 북한으로 향한 열차의 표지판.[뉴시스]

북한 지역의 철도 조사를 위한 전문가 28명을 태우고 북한으로 향한 열차의 표지판.[뉴시스]

남측 철도차량 7량은 기관차-유조차-발전차-객차-침대차-침식차-식수차 순으로 연결됐는데 침식차 밖에는 “철마가 달린다! 평화 번영의 미래로”라는 현수막도 붙어 있었다. 그러나 북측 지역에서 현수막을 달고 운행할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조사를 위한 열차 운행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면제되도록 사전 조처를 했고, 이에 따라 발전 차량에 공급하기 위한 경유 5만5000ℓ를 탑재한 유조차량도 투입했다. 사무 및 세면에 활용되는 침식 차에는 붙박이 옷장과 접이식 탁자, 좌식 의자, 싱크대, 레인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전기밥솥 등 가재도구와 가전제품이 마련됐고 샤워 칸도 설치했다. 식수 차에는 조사단원들이 20일간 사용할 물을 실었다. 조사단 일원인 지용태 한국철도공사 남북대륙사업실 실장은 “지난번 (북한 철도) 조사 때 배앓이를 많이 했다”며 “그래서 물을 많이 준비해서 간다”고 소개했다.
도라산=공동취재단,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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