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0만원 촌지' 파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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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초.중.고교 교사가 직무와 관련해서 학부모로부터 10만원 이상의 현금, 상품권 등을 받거나 식사 대접 등 향응을 받으면 해임 또는 파면될 수 있다. 돈을 받고 성적을 고쳐 주거나 시험지를 유출하다 적발되면 받은 액수가 10만원 이상만 되어도 중징계를 당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의나 경고 정도의 경징계를 받아 왔다.

교육인적자원부는 7일 이런 내용의 '교원 금품 향응 수수 관련 징계 처분기준'을 마련해 16개 시.도교육청에 통지했다. 이에 대해 교육 관련 단체 등은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징계 기준이 세분화됐다=지금까진 교사가 100만원 미만의 금품을 받을 경우 서울에선 경고, 부산에선 감봉 등 징계 기준이 달랐다. 충남과 전남에서는 200만원 이상을 받은 교사는 해임.파면 조치됐다. 이런 차이는 사라지게 됐다. 교육부는 금품.향응의 액수를 구분하고, 교사가 먼저 요구했는지,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 금품.향응을 받은 뒤 실제 위법 부당한 행위를 했는지 등에 따라 35개로 세분화된 징계 기준을 제시했다.

기준에 따르면 학부모가 의례적으로 제공한 금품.향응의 경우 교사가 적극적으로 받으려 했다면 그 액수가 300만원을 넘으면 해임 조치된다. 주는 걸 마지못해 받았으면 500만원이 넘으면 해임 조치된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촌지 수수는 금액이 적어도 중징계된다.

강정길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교사의 촌지 수수에 대한 징계 기준이 교육청마다 달라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며 "가장 엄격한 징계 기준을 적용하는 법원 공무원의 기준을 (교사들에게) 적용했다"고 말했다.

◆ 실효성 논란=한국교총 김동석 정책교섭 국장은 "교사를 촌지 수수 집단으로 간주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교육과 시민사회' 윤지희 공동대표는 "의례적인 것과 직무 관련 금품 수수를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사실상 모든 촌지 수수가 의례적인 일로 분류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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