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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살인사건 피의자, 첫 재판 내내 눈물…피해자 유족 “분하다”

중앙일보

입력

29일 오전 거제 살인사건의 피고인 박모(20)씨가 첫 재판을 마친 뒤 창원지법 통영지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거제 살인사건의 피고인 박모(20)씨가 첫 재판을 마친 뒤 창원지법 통영지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거제에서 5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일명 ‘거제 살인사건’의 피의자 박모(20)씨가 첫 재판 내내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29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제1형사부(부장 이용균)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그는 하늘색 수의를 입은 채 변호인과 함께 참석했다.

박씨가 나타난 순간 많은 취재진과 유가족, 일반 참관인들의 시선이 쏠렸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박씨는 방청석 쪽에는 내내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살인 혐의나 범죄 과정 등이 거론되자 박씨는 코를 훌쩍거리더니 조용히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공판이 끝날 때까지 고개를 떨군 채 흐느꼈다.

박씨는 살인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범죄 계획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박씨 측 변호인은 “검찰에서 기재한 범행 동기는 인정하지 못하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해 변호인과 입장이 같으냐고 물었고, 박씨는 고개를 숙인 채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재판이 끝난 후 피해자의 친언니 윤모씨는 “진짜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죄인이 (동생을) 그냥 끌고 다니면서 무작정 폭행한 것 아니냐”며 “무기징역이든 완전 못 나오게 해 달라”고 울먹였다.

박씨는 지난달 4일 오전 2시 30분쯤 경남 거제시에 있는 한 선착장 길가에서 50대 여성을 수십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피해자가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박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차별 폭행했다.

검찰은 박씨가 70차례가량 폭력을 행사하고 범행 전 휴대전화로 ‘사람이 죽었을 때’ ‘사람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등을 검색한 점을 고려해 그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달 들어 박씨는 법원에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아르바이트로 어머니와 누나를 부양하다가 최근 입대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10차례 제출하기도 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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