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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이재명 '청년연금' 예산 전액삭감…등돌린 우군?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지사 공약 '생애 최초 국민연금' [이재명 경기지사후보 홍보책자 발췌]

이재명 지사 공약 '생애 최초 국민연금' [이재명 경기지사후보 홍보책자 발췌]

'친형 강제입원' 의혹 등으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소 위기에 놓이자 이 지사의 핵심 공약인 '청년연금'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충실한 도정 수행으로 최근 일련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던 이 지사의 앞날이 더욱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소관 부서의 내년도 본예산안 계수조정을 거쳐 도의 '생애최초 청년국민연금' 사업예산 147억원을 모두 삭감했다고 29일 밝혔다. 같은 당 소속 도의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 그 동안 '우군'으로 여겨졌던 경기도의회가 이 지사의 공약에 제동을 건 것이다. 경기도의회 전체 의원 142명 중 민주당 소속 의원은 135명이다.

생애최초 청년국민연금은 만 18세가 되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공약이다. 첫 보험료 1개월치(9만원)를 도가 대신 납부,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노후에 연금을 더 많이 받도록 하는 청년복지사업이다. '청년배당' 등과 함께 이 지사의 청년복지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경기도의회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린데 대해 '형평성 문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이 사업을 공약했으나 최근 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생애최초 청년국민연금 사업과 관련한 조례가 아직 제정되지 않은 데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며 의원들이 사업 재설계를 주문하고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위원회 김은주(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앞서 본회의 5분발언과 행정사무감사 질의를 통해 "생애최초 청년국민연금 사업이 막대한 도비가 투입되지만 어떠한 공론화 절차나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며 "이 지사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조례도 없이 예산부터 편성됐다"고 주장했다.

또 "생애최초 청년국민연금은 소득이 없어도 매달 9만원을 꾸준히 내줄 수 있는 여유 있는 가정의 청년이거나 10여년 뒤 취업해 수천만원의 여윳돈을 추납할 수 있는 계층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청년들이 정말 원하는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지난 27일 '청년 생애 첫 국민연금 지원제' 사업예산 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고교 졸업 예정자 중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경기도처럼 국민연금 최초 1개월분 납부액(9만원)을 전남도가 대신 내주는 사업이었다.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청년의 사회진출을 돕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국민연금 부담까지 행정기관이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차라리 그 예산으로 다른 지원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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