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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비타민] 호프집 TV응원 못한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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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호프집에선 응원 불가?'

월드컵 개막일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식당이나 호프집 등에서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월드컵 경기 방송권을 갖고 있는 한국방송협회가 "음식점 등이 판촉 활동을 위해 중계를 활용할 경우 사전에 방송권 획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계약해 월드컵 경기 중계권을 사온 만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에 경기 장면을 허가 없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대표팀 경기는 1회에 최고 5000만원을, 기타 경기는 최고 2000만원을 내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월드컵 경기 방영을 앞세워 한몫 보려던 대형 식당이나 술집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서울 신촌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내 가게에서 내 TV를 틀어놓고 영업하는데, 무슨 권리로 돈을 내라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방송협회 홈페이지에는 성난 네티즌들이 잇따라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이디 '거참'은 "영리와 비영리의 구분이 무엇이냐"며 "안 그래도 월드컵으로 한몫 챙기려는 사람이 많은데, 한국방송협회까지 이런 장삿속을 드러내느냐"고 반발했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방송협회가 해명을 했습니다. 거리응원과 야외 시청을 전부 막는 것이 아니라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홍보성이 강한 행사에 대해서만 중계료를 받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호프집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보려던 직장인 진기욱(30)씨는 "방송사들도 거리응원 화면에 나온 시민에게 출연료를 주든지, 아니면 시청료를 받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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